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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단발머리 여고생이었던 고모는 저물 무렵이면 내 손을 잡아 이끌고 냇가 둑에 앉아 이 노래를 나지막이 부르곤 했다. 노을이 무척 고왔던 것으로 보아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이었을 것이다. 가끔 고모는 여고생다운 감성을 자연 풍경 속에 고즈넉이 앉아 풀어보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대화 상대도 제대로 안 되는 예닐곱 살 꼬맹이를 데리고 나섰을까. 아마 처녀애가 혼자 저물어오는 제방에 앉아 처연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동네 어른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나는 풀벌레들을 잡으며 쓸쓸해 보이는 고모의 얼굴에 노랫말이 겹쳐 어쩐지 마음이 가라앉곤 했다.

위 노래의 매기를 나는 그 당시 물고기 '메기'로 생각했다. 동산이며 물레방아가 등장하고 그 노래를 들으며 앞 시냇물에 저녁햇살로 튀어오르는 물고기들도 많이 보았으니 어린애의 그러한 발상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요즘 노랫말을 탓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리 시절이 변해도 곱고 정겨운 가사들은 누구나 좋아할 터인데 그런 노래 내용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어가는 듯하여 서글프다. 해외에서도 한류음악을 인정하면서도 가사의 수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를 더러 보았다. 아이돌의 노래가 대부분 현란한 퍼포먼스나 군무와 어울리다보니 깊이 있는 의미의 노랫말을 담기가 어려운 점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대놓고 '날 자극해봐'하는 등의 직설적 가사로 섹시만을 강조하는 것은 별 매력이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난 세대의 노랫말은 자연과 어울린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내거나 은유적이고 시적인 표현이 많았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러한 내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아름다운 음악 영화를 보게 되었다. '비긴 어게인'. 어쿠스틱 통기타소리에 자신의 인생을 담담히 얹어 풀어놓는 여주인공의 따스한 음색을 듣고 있자니 오랜만에 고향 냇가로 돌아가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선로를 따라 기차가 들어오네. 내 인생은 옆에 놓인 가방 속에. 마지막 한 번의 발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되었니·" "난 널 바보처럼 사랑했어. 그런데 넌 내 돛의 모든 바람을 앗아가버렸어" 여주인공 그레타가 부르는 노래는 소박하면서도 의미를 곱씹어보는 성찰의 노랫말들이 많았다. 이 영화는 현재 역대 다양성 영화 1위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영화의 흥행은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관객 누구나 공감하는 것은 이 영화의 음악성이다. 또한 그레타로 분한 키이라 나이틀리의 꾸밈없는 이미지도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너도나도 스키니 일색인 요즘 바지 유행에 비하면 '아주' 헐렁한 청바지와 편안한 티셔츠, 시골처녀 분위기의 원피스라든가 마 소재의 넉넉한 통바지 차림으로 거리에서 발장단을 맞추며 노래 부르는 여주인공은 그 모습 자체로 멋스러웠다.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빛나거든." 남자 주인공 댄이 음악을 들으며 거리에 주저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다. 일상 속 평범함을 빛나게 하는 아름다운 노랫말을 많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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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