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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영국과의 축구경기는 완벽했다. 새벽녘, 아파트 단지 내에서 울리는 함성소리는 열대야로 뒤척이다 잠든 새벽잠을 절로 깨웠다. 어쩌다 운이 좋아 이긴 경기가 아니었다. 한국 올림픽 팀은 경기 내내 영국 팀을 지배했다. 마치 2002년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일월드컵 경기 때의 팀을 보는 것 같았다. 뛰어난 체력과 조직력으로 개인기가 능한 영국 팀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문보도에 의하면 경기가 끝나고 눈물바다가 된 라커룸에서 갑자기 고(故)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이등병의 편지'는 군대를 가야하는 슬픔만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응석받이 아들에서 의젓한 젊은이로 성장해가는 생의 한 과정을 노래한 것이다.

"선수들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 탈락으로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아픔'을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올림픽 축구 경기 전 한 언론매체가 보도한 내용이다. 군대 가는 것이 '아픔'으로 표현된다면 군대에 몸담고 있는 60여만 우리 군인들의 '아픔'은 어찌해야 할 것인가. 논산 육군 훈련소에 입소하여 훈련받는 연간 신병 양성 인원만 12만이 넘는다. 올림픽 승리에 취해 해마다 국방의 의무를 위해 입대하는 수십 만 신병들의 마음을 무참히 외면해선 안 된다. 올림픽에서 우승하여 국민들의 자존감과 긍지를 높이고 국위를 선양하여 국익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안보와 나라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이번에 우리와 8강전을 치른 영국에서 군 입대는 무척 명예로운 일에 속한다. 왕족의 경우 반드시 군 생활을 해야 하는 의무와 전통이 있다. 윌리엄과 해리 왕자 모두 영국 사관학교인 샌드허스트를 나왔고, 심지어 해리 왕자는 아프가니스탄 전장에 파병된 바 있으며, 윌리엄 왕자도 군복무 중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 영유권 분쟁이 고조되고 있는 포클랜드로 파견된 바 있다.

지금 한창 흥미롭게 올림픽을 지켜보고 있을 청소년들이 불과 2~3년 후면 영장을 받을 나이가 된다. 영국과의 경기를 마친 후 '이등병의 편지'를 불렀던 선수들이 올림픽 메달을 딴 후, 태극기를 들고 열광을 한다면 그 모습이 애국심의 발로일까, 병역 혜택의 기쁨일까 혼란스럽다.

장차 군대 가야 할 대다수 젊은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스럽다. 당장 몇 년 후면 군에 입대해야 할 고2인 큰아이가 "아빠, 무엇이든 열심히 노력하면 '입대 면제' 받을 수 있어·"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을 해주어야 할까. 군대에 안 가는 것이 노력의 산물이며, 삶의 '혜택'이고 '축하' 받을 일이라는 인식을 언론에서 조성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등병의 편지'에서 군대는,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젊은 날의 한 생애'중 충분한 가치가 있는 시절임을 노래한 것이다. 제대로 알고 불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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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