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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라는 말을 하지 마세요. '사랑해' 라는 문자도 보내지 마세요. '좋아요'도 누르지 마세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말도 당신 없인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면 오직, 운전만 하세요."

운전을 하다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공익광고다. 밑도 끝도 없이 '보고 싶어'란 말도, '사랑해'란 말도 하지 말라니.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호기심이 일어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의문이 점점 증폭되는 순간,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말도 당신 없인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면 오직 운전만 하세요."라는 반전의 결말에 그만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한마디로 '운전 중에는 허튼 짓 하지 말고 운전에만 열중하라'라는 말을 비유와 역설적 기법을 이용해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론 부분에 운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렬한 임팩트가 있었다.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말도 당신 없이 무의미하다.'라는 문구 하나에 듣는 사람들은 그만 껌뻑 넘어가고 만다. 감성을 건드린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화가 있다.

겨울이 물러나고 봄이 오기 시작한 3월, 미국 맨하탄 다리에서 한 거지가 추위에 떨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구걸을 하고 있었다. 목에 걸린 팻말에는 '저는 어려서부터 부모를 잃었고 앞도 보지 못합니다. 불쌍히 여기시고, 한 푼 도와주십시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맨하탄 다리를 산책하던 한 시인(詩人)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거지에게 말했다.

"내가 다른 글을 써 주겠소. 그럼 지금보다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는 거지의 목에 걸린 팻말을 벗겨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시인은 팻말 뒤쪽에 생각난 듯이 어떤 글을 적더니 다시 거지의 목에 걸어주고는 사라졌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다시 산책을 하던 시인은 자신이 써준 팻말을 목에 걸고 있는 거지를 발견했다.

"한 달 전에 팻말에 글을 써준 사람입니다. 그전보다 돈이 더 잘 벌리던가요?"

그러자 그 거지는 깜짝 놀라며 시인의 다리를 붙잡고 외쳤다.

"선생님, 도대체 어떤 귀신같은 글을 써놓으셨기에, 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는지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청하건대, 제게 한 번 읽어봐 주십시오."

그러자 시인은 자신이 적어 놓았던 팻말의 글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지금 맨하탄 다리에 아름다운 봄이 오고 있지만, 나는 그 봄을 볼 수 없습니다."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같지만, 시인의 글에는 감성이 짠하게 녹아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볼 수 없다'는 의미와 '봄을 볼 수 없다'는 표현의 차이는 실로 크다.

'나를 찾아가는 감성치유'를 쓴 강윤희 소장은 감성을 이렇게 정의한다.

"어려운 상황을 참으며 마음에 품고 있는 소망을 이루어가는 내공,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들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능력, 인생을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근력, 감성은 삶의 근력을 의미한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따듯한 감성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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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