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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지나가버린 / 어린 시절엔 / 풍선을 타고 /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노랑 풍선이 / 하늘을 날면 /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나'

동방신기가 부르는 '풍선'이란 노래다. 사실 이 노래는 동방신기 이전 우리시대에 '다섯 손가락'이란 그룹이 불렀던 추억의 가요다. 동방신기가 다시 리바이벌한 곡이다. 그래서인지 선율과 가사가 귀에 살갑게 들어왔다.

자신의 방문을 꼭 닫고 헤드폰을 쓴 고3 수험생 아들이 목이 터져라 '풍선'을 불러댄다. 이맘때의 예비 고3 수험생이라면 도서관과 학원을 드나들며 촌음을 아껴 코피 터지게 공부해야 할 귀한 시간이다. 그런데 기타 치며 노래연습이라니. 한량이 따로 없다. 더구나 노래에 타고난 재능이라도 보인다면, 마음껏 밀어주겠건만 아들은 노래에 별반 소질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아들은 어느 날 가수에 필이 꽂혀 고교시절 내내 노래를 불렀다.

"아빠, 어떤 일이든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지요?"

아들의 질문에 차마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다만,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 재능을 기반으로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들려주었다. 사실은 "넌 노래에 소질이 없으니, 다른 것을 찾아보라"라는 의미였지만, 아들의 노래사랑은 일편단심이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아들에게는 또 다른 욕심도 있다. 무턱대고 스무 살이 되면 책 한 권을 꼭 내겠다는 것이다. 소위 말해 '가수와 작가'를 겸직하겠다는 의미였다.

어느 날, 새벽 우연히 화장실을 가다 전등 아래 홀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았다. 컴퓨터를 미처 끄지 못하고 잠이 든 아들 대신, 전원을 끄려다 우연히 아들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방황하는 청소년의 심리를 묘사한 소설이었다. 글의 흐름이 자연스러웠고 문체에서 제법 품격이 느껴졌다. 깜깜한 바다를 항해하다 겨우 발견한 등대의 불빛처럼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아들의 글을 읽고 난 뒤, 솔직히 가수보다는 글에 재능이 있으니 그쪽으로 매진해보라고 은근히 권해 보았다. 선천적인 재능을 말하자면, 노래보다는 글 쪽이 백 번 천 번 가능성이 보였다. 글을 써서 직업으로 삼고 있는 양쪽 부모의 유전적 토양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괜찮겠다 싶었다.

"사람은 성공하려면 한 우물을 파야 된다."

"참, 아빠는 여러 곳을 파야 물이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니까."

일본만화 다카하시 루미코의 '도레미하우스'에는 우유부단한 주인공 고다이가 등장한다. 어느 날 고다이의 할머니가 하숙집을 찾아와 하숙집 주인 쿄코(고다이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들려준 말이다.

"고다이는 어릴 적 한여름에 두 개의 아이스크림을 양손에 들고 어느 것을 먹을까 망설이고 있었어. 결국 고민만하다 모두 녹아버려 울고 말았지."

아들의 모습이 꼭 만화 주인공 고다이와 닮았다. 한여름 금방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지금 아들은 빠르게 지나가버릴 황금의 시간을 제대로 붙잡고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둘 다 녹아버리면 다시 찾으면 될 일이다. 이곳저곳 파다 자신의 우물을 발견하는 것이 또한 인생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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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