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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1970년 발표되어 현재까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리처드 바크의 스테디셀러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말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 문구는 내 젊은 시절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에너지요, 격려였다.

작가 리처드 바크는 동료들의 배척과 자신의 한계에도 좌절하지 않고 비행에 대한 꿈과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일생을 통해, 모든 존재는 초월적 능력을 갖고 있음을 일깨운다. 동료들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피나는 자기 수련으로써 완전한 비행술을 터득한 조나단은 드디어 무한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초현실적 공간으로까지 날아올라 마침내 꿈을 실현한다. 조나단이 위대한 것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그동안 자신에게 냉소와 멸시를 보였던 동료들까지 함께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중학교 시절, 이 우화를 읽고 얼마나 가슴이 벅차게 부풀어 올랐던가. 훌륭한 사람이란 이렇게 자신의 꿈을 이루고, 그것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며 더불어 가는 사람이란 것을 갈매기 조나단을 통해 배웠다. 그러면서 한편 지은이는 그 많은 새 중에서 '왜 하필 갈매기를 택했을까·'하는 의문을 품기도 했었다. 그것은 아마도 바다라는 광대무변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존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강이나 들판에 사는 새보다 바다 위 하늘을 비행하는 갈매기야말로 주제의식을 실현하기에 최적의 새였을 것이다.

갈매기 조나단이 새삼 떠오른 것은 이번 주말에 지날 달 개통한 경인 '아라뱃길'을 다녀오면서였다. 경인 아라뱃길은 한강 하류에서 서해로 연결되는 대한민국 최초의 뱃길이다. 아라뱃길을 운항하는 내내 갈매기들은 끊임없이 배를 따라다녔다. 아예 뱃길의 여정을 사람들과 함께 소화했다. 그 이유는 오로지 한 가지, 관광객들이 던지는 새우깡을 받아먹기 위해서였다.

갈매기들은 조나단처럼 '높이 멀리' 날지 않았다. 사람들 머리 위를 스치듯 날아다녔다. 어느 때는 공격하듯이 사람의 얼굴로 향해 날아드는 듯 했다. 손에 든 먹이를 잡아채기 위해 사람 주위에 군무를 추듯 엉겨 있는 갈매기 떼를 바라보며, 리처드 바크가 이 광경을 보았더라면 주인공 조나단을 다른 새 종류로 바꾸지 않았을까 하는 싱거운 생각도 해 보았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처럼 '길들여진다는 것'이 참 무서운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관광객들의 손에서 편리하게 배를 채울 수 있으니 갈매기들은 더 이상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는 수고를 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남쪽 어느 포구에선 '갈매기가 먹이를 찾아 생태계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플래카드도 걸려 있다고 한다. 이제 생멸치도 거들떠보지 않는 갈매기들의 입맛을 되살리는 훈련도 시행한다고 한다. 갈매기들의 이런 상황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얕은 과학적 지식으로 가늠을 못하겠다. 다만 바다 위 저 푸른 광장 같은 하늘에서 높다랗게 도도히 비행하는 조나단 같은 갈매기를 보고 싶을 뿐이다.

새우깡 한 봉지에 까맣게 끼룩거리며 사람의 눈을 찌를 듯 낮은 쪽으로 몰려드는 갈매기들의 모습이 어쩐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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