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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지난 주말 KBS에서는 스페셜 '브라스밴드 한국에 오다'를 방영했다. 다시금 고(故) 이태석 신부가 환영처럼 반갑게 살아났다. 35개국 아프리카 경제 장관들이 참석한 국제행사에 이태석 신부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멀리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아이들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사랑해 당신을'이란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곡 한 소절마다 이태석 신부의 손길과 마음이 배어나왔다. 그는 지구의 가장 낮은 곳으로 자신을 낮춰 흘러가 낯선 아프리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다.

장선우 감독의 영화 '화엄경'은 고은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내용은 소년 선재가 어머니 보현을 찾아 헤매는 불교영화다. 장선우 감독은 영화 '화엄경'의 전체 이야기를 10개의 분절(分節)된 모티브로 구축하고 있다. 그 중 '흐르는 것을 따르라. 흐르지 않는 것을 따르지 말라.'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흐르는 것이 강이라면, 결국 도달해야 할 곳은 바다다. 바다는 육지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야 강물이 자기에게로 흘러드니까. '현문우답'을 쓴 중앙일보 백성호 기자는 "사람은 연어처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속성이 있다"며 그것을 "역주행"이라 했다. 그는 역주행의 마음이 '인간의 욕망'이라 정의했다. 강의 흐름에 내 몸을 그저 내맡기면 저절로 깊은 바다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청주에서 미용실로 성공한 후배가 있다. 그는 무려 7개의 미용체인점을 운영하지만, 정작 본인은 미용기술이 전혀 없다. 그의 말이 의미심장했다.

"미용실을 운영하기로 결심하고 나서 생각했다. 가장 하찮고 낮은 일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고객의 머리를 감겨주는 일이었다."

후배는 적어도 고객의 머리를 감겨주는 일만큼은 미용업계 최고가 되었다. 그의 솜씨가 알려지니 일부러 그에게 머리를 감기 위한 고객층이 생겼다. 그러면서 그는 종업원들의 마음도 동시에 얻었다고 한다.

학원으로 크게 성공한 친구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똑똑한 학원 강사들의 마음을 얻고, 학원을 성공하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오랜 숙고(熟考)끝에 찾아낸 일이 바로 청소였다. 친구는 "원장이라고 권위만 내세우면 진정으로 따르지 않는다. 청소는 가장 낮은 일이었다. 그걸 1년 동안 꾸준히 실천하니 학원 강사들도 결국 마음을 열고 함께 하더라"라며 "성공의 비결은 내가 낮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현문우답(賢問遇答)'의 말이다.

"우리의 마음에는 두 가지 힘이 있다. 쥐는 힘과 펴는 힘. 세게 움켜쥐는 것도 내 마음의 힘이고, 활짝 펴는 것도 내 마음의 힘이다. 그래서 우리는 양쪽 다 쓸 수 있는 것이다. 둘 다 나의 힘이니까. 다만 사람들이 펴기보다 는 쥐기에 익숙할 뿐이다."

영화 '화엄경'의 말미에 선재가 들려준 오도송이 절창이다.

"세상은 자신을 잃어가면서 세상이 된다. 강은 강을 잃어 바다가 되고 꽃은 꽃을 잃어 열매가 된다."

이태석 신부는 48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바다가 되고 열매가 되었다. 아프리카에서 온 아이들이 부르는 '사랑해 당신을'이란 곡을 생면부지의 내가 고개 숙여 헌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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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