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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유록빛 신록이 꽃처럼 연연히 화사하고 골목마다 장미가 흔연히 만발하는 5월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5월은 분명 '계절의 여왕'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살아온 5월 중에서 가장 그 아름다움을 못 느낀, 아니 오히려 가장 혹독했던 2014년 5월이 아니었나 싶다. 숨 막히도록 눈부신 그 풍경이 오히려 세월호의 아픔과 대비되면서 그 극명하고도 처절한 현실에 차라리 이 세상이 아닌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어버이날 어린이날을 비롯하여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의미 이외에 내게는 결혼기념일도 있어 이래저래 5월은 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달이다. 그런데 이제 5월을 다 보내놓고 되돌아보니 여러 기념일 중 그 중 유난히 가슴을 끌어당기는 날이 있다. 5월15일, 스승의 날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그와 관련된 단체와 기관, 전문 인력 중 비판과 질책을 듣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세월호 사건과 직접 밀착되어 있었으면서도 유일하게 비난받지 않는 계층의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선생님들이었다. 단원고 선생님들은 끝까지 학생들을 구하다가 거의 대부분 유명을 달리했다. 배의 가장 밑바닥에 있던 선원들조차 다 살아나왔는데, 가장 높은 5층의 선실에 묵던 선생님들은 선원들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아래로 아래로 내달려가 자신의 구명조끼조차 벗어 아이들을 입히며 구하다가 희생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받지 못한 지난 5월 15일의 카네이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꽃이 되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5월15일은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기려 스승의 날로 삼은 것이다. 역사상 뛰어난 위인이 많지만 전방위적 업적을 볼 때 겨레의 스승으로 세종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전 인류사에서 성군의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그 중 어느 왕도 "글을 모르는 백성을 가엾이 여겨" 나라의 문자를 창제한 이는 없다. 더구나 자신의 참모격인 지도층이나 지배계급이라면 모를까, 일반 백성들의 의식주 뿐 아니라 지적 세계까지 염려하고 살폈다는 데서 정말 위대한 성군이라 할 수 있다.

세종은 과히 조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었다. 언어, 과학, 수리, 음악, 미술, 농경, 외교, 천문학…. 그가 관여하여 업적을 남긴 분야를 살펴보면 아무리 왕이라 하더라도 과연 한 인물이 이 모든 것을 이루어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또한 그 시대에 이미 노비에게도 100일간의 산후 휴가를 주도록 하는가하면 관리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독서에 전념하게 하는 '사가독서제'도 시행하였다. 자유롭게 독서에 전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얼마나 큰 효능을 발휘하는지 역시 애독가로서 간파한 것이었다. 이 모든 일의 실행은 무엇보다 그 대상에 대한 사랑과 책임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는 참되고 정성스런 마음의 발로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세종의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제정하여 스승으로서의 마음을 성찰하게 만든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세월호에서 아낌없이 제자들을 위해 목숨을 버린 단원고 선생님들처럼 누구나 스승된 마음으로 자기 분야에서의 일을 사랑과 책임의식으로 다한다면, 요즈음 공론화된 '적폐(積弊)'가 말끔히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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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