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코코 샤넬. 패션과 스타일에 관한한 불멸의 이름이다. 복식(服飾)으로서 20세기 초반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자유와 해방을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샤넬은 디자이너로서 위인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1971년 영면한 코코 샤넬이 요즘 우리 집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부활하고 있다. 한 달 전 구입한 페르시안 고양이 두 마리에게 코코와 샤넬이라는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시대를 앞서간 창의적이고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로 인식되어 있는 샤넬은 설령 고양이에게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과히 기분 나쁘게 여기지는 않으리라. 더구나 아름답고 우아하며 기품 있는 태도의 페르시안 고양이라고 하면 샤넬도 너그러이 자신의 이름을 허용하지 않을까 싶다. 하얗고 예쁜 페르시안 화이트 암컷고양이는 샤넬, 살짝 잿빛이 섞인 귀여운 수컷 페르시안 친칠라 고양이는 코코다.

이제 태어난 지 두 달 정도 된 녀석들을 키우게 된 건 물론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이 아니라면 집안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발상은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동물 특유의 냄새와 털은 도무지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완동물을 사주면 게임을 일체 끊겠다.'는 작은 녀석의 선언에는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큰아이는 고양이, 작은아이는 강아지를 서로 고집한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개와 고양이를 같이 키울 수도 없고, 난감한 마음으로 애완견센터를 돌아다녀 보았다. 그런데 집근처 애완견센터에서 몽실몽실한 앞발과 동글동글한 얼굴을 가진 고양이 남매를 만난 것이었다. 고양이 특유의 날카롭고 차가운 이미지 대신 강아지처럼 귀여운 몸짓에 단번에 빠져버렸다. 강아지를 사겠다고 고집하던 작은 아이도 이 두 마리의 고양이를 보자마자 무척 만족해했으니까. 남매로 같이 자란 두 녀석을 차마 떼어놓을 수 없어 생각지도 않게 두 마리를 다 구입하게 되었다.

코코와 샤넬이 집안에 들어오자 마치 아기를 입양한 듯 집안에는 아연 화기가 돌았다. 한창 사춘기 아들 녀석들과 각을 세우는 일이 잦았는데 아기 고양이들을 보며 같이 웃고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가끔 공원에서 애완견을 갖고 나온 노인과 지나가던 꼬마가 서로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다정하게 대화 나누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사실 세대와 세대 간에는 일부러 화제 거리를 찾지 않는 한 자연스런 대화를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여서 세대차이로 인해 아이들과 우리 부부가 관심을 갖는 분야가 서로 다르다보니 언젠가부터 대화가 적어지고 삭막한 느낌이 돌았다. 더구나 남자 아이들은 무뚝뚝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코코와 샤넬이 등장하면서부터 아이들은 부쩍 상냥해졌다. 고양이들을 어르고 돌보면서 아이들은 한결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먹이와 물을 챙기고 목욕시키며 배설물을 치우면서 형제가 타협하는 모습도 좋아보였다. 상대방과 서로 교감하고 대화를 나누며 애완동물을 기르는 과정에서 뇌가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고 소통의 방법을 배운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크레이그 킨슬리(미국 리치먼드대학)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엄마효과(Matherhood)'라고 부른다.

부디 아이들이 이 '엄마 노릇'에 싫증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