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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국 뻐국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우리나라가 고단하게 살았던 6,70년대 시절 오빠를 가진 여동생이 아니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불러보곤 했던 동요입니다. 작가 이원수 선생의 부인인 최순애 여사가 13살 소녀시절에 지었다지요. 어렸을 때 시골 둑방길에 앉아 단발머리 소녀였던 고모가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먼 강물을 아련히 바라보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가슴에도 나보다 훨씬 큰 고모가 어쩐지 애틋하게 느껴지던 뭉클함이 가슴에 선연히 살아옵니다.

연아 선수의 나이로 보아 아마 이 노래를 잘 모를 듯도 싶습니다. 어렵게 살았던 한 시절 우리들의 연약한 누이들은 한편으로 초인적인 정신력이 있었고, 그 힘으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란 후 남자들의 힘이 부족하던 때 강인하고 억척스런 힘으로 가정을 일구고 이 사회의 근간을 떠받친 것은 여성들, 우리 누이들의 힘이었습니다. 논밭에서 엎드려 일하며, 공장이나 생활 전선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며 남편과 아버지와 남동생을 보살피고 가르쳤습니다.

탈북 기자 강철환이 쓴 '수용소의 노래'에 보면 죽음의 수용소라 불리는 북한 요덕수용소에서 누구보다 끝까지 살아남은 것은 한국여성들이라고 했습니다. 겨울옷이 없어 봄여름에 잡초를 뜯어 말린 것으로 옷 속을 채워 추위를 이겨냈다지요. 그뿐 아니라 먹을거리 마련에서도 현명하고 지혜로운 기지를 발휘하곤 했답니다. 반면 그 수용소에 들어온 일본 여성들은 그 가혹한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거의 예외없이 죽어나갔다고 합니다.

이렇듯 우리 한국 여성들은 참 대단해요. 연아선수가 벤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힐러리 클린턴은 "한국 여성들은 참 강한 것 같다"는 말을 했어요. 나는 그 어떤 찬사보다 이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소치에서도 한 외국 언론인은 "김연아 선수는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메달권 안에 들었다. 무슨 심리적 비결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나는 이 말에 이렇게 답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의연하고 강하다고. 그 DNA가 일상의 생활 속에 이어져 오다가 피겨라는 빙판 위의 예술에서 눈부시게 피어났다고. 그리고 그것은 우리 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도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해 왔다고 말입니다. 그동안 연아 선수는 언제나 압도적인 점수로 세계를 제패해 왔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강한 아름다움이 연아 선수에게서 절정의 꽃을 피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아 선수는 늘 우러러 보이고 심지어 나이 지긋한 석학들조차 연아 선수를 존경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편파 판정으로 나는 연아 선수가 금메달 못지 않은, 색깔로 가늠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메달로 국민들의 마음에 남았다고 생각해요.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위대한 전설이 되었지만 한편으로 왠지 보듬어주고 싶은 우리의 애틋하고 사랑스런 누이로 남았어요. 억울하게 놓친 금메달에 대한 보상으로 그 마음의 여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앞으로의 행보에도 힘차고 아름다운 기운이 넘치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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