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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우리 집 부부싸움의 가장 큰 원인은 대개 집안일 분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고 보니 신혼시절부터 이십여 년이 넘은 지금까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싸움의 레파토리다. 밀렵시대부터로의 수컷 태생 본능 때문인지 집안일에 선뜻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청소, 빨래, 설거지 등 일견 소소해보일 수 있는 일거리들이 사실은 매일매일 혹독한 노동을 요하는 일이다. 어쩌다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매끼 식사하고 편안한 일상을 누리는 것이 고스란히 노동의 댓가인 셈인 것이다. 요즘 같은 맞벌이시대에 여자만 집안일을 해야 한다면 참으로 억울하고 분한 일일 것이다.

나도 가끔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개놓지만 아내의 노동량에 비하면 어림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한창 일하는 중이거나 늦게 퇴근하여 지쳐 있을 때 아내의 도움 요청에 선뜻 응대를 하지 못하는 적이 있다. 그러다보면 말다툼이 일어나고 서로의 감정이 상할 때가 많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내의 어깨가 아프다고 한다. 마침 내 어깨 또한 시원찮았기에 사이좋게 같이 병원에 갔다. 둘의 증상은 비슷했다. 힘줄에 염증이 생기고 손상을 입은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나란히 누워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짠했다. 내 어깨야 늘 컴퓨터 앞에 앉아 원고 작업에 매달려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테니스나 탁구처럼 운동으로 인해 생긴 것일 테고, 아내의 발병은 분명 무리한 집안일 때문에 생긴 것이니 말이다.

이후로도 몇 번 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느낀 것은 어깨나 허리 무릎 등 관절 부위에 지병을 앓는 아주머니 할머니 환자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이었다. 정형외과에 앉아 있어보니 내원한 남자 환자들은 운동을 하다 다친 청장년층이거나 장난하다 다친 청소년들이 대부분이었다.

연로하신 우리 어머니도 십여 년 전부터 허리 디스크협착증으로 고생하고 계시다. 젊은 시절 몸 사리지 않고 무거운 것을 많이 이거나 들고 다니셨다. 육거리 시장에서 우암동 집까지 차비를 아끼기 위해 사과상자를 사서 머리에 이고 오시던 장면이 지금도 눈에 훤하다. 그때 어린 우리는 그저 맛있게 먹을 줄밖에 몰랐다.

아내의 어깨는 병원을 옮겨도 몇 달째 잘 낫지 않았다. 그러다 어머니가 새로 옮기신 병원에서 효과를 보셨다는 전화가 왔다. 아내는 반색을 하며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병원에 갔다 오더니 자신은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잘 받은 것 같다며 매우 기뻐한다. 오래 끌던 질환이 하루 만에 매우 가뿐해진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허리는 워낙 오래된 것이라 차도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아내도 당분간 치료를 더 받아야 하기에 요즘도 매일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엘 간다. 고부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 물리치료 받는 모습을 보니 자식으로서 남편으로서 못할 일이라도 시킨 듯 마음이 무겁다.

사랑하는 두 여인을 위해 일상에 길들여진 심신에 변화를 주어야 할 것 같다. 새마을 운동이 아니라 건강한 우리 가정을 위해 나의 '새 마음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 같다. 집안에서 안 움직이는 남편들은 각성하시라.

"집안일은 도와줄 일이 아니라 당연한 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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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