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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에 가려면 무심천 하상도로나 둑방길을 거쳐야만 한다.

한창 벚꽃이 흐드러지는 때가 되면 내려서 걷지 않아도 꽉 막힌 차량 때문에 천천히 스치는 차창을 통해 절로 벚꽃의 정취를 만끽하게 된다.

한창 벚꽃이 흐드러지는 때가 되면 내려서 걷지 않아도 꽉 막힌 차량 때문에 천천히 스치는 차창을 통해 절로 벚꽃의 정취를 만끽하게 된다.

이제 4월도 바야흐로 중순에 접어드니 봄날의 환영처럼 만개했던 벚꽃의 지는 자리가 다시 돌아온 누추한 현실처럼 거무스레하게 드러난다. 분홍빛 꽃구름 거두어진 자리에는 뜯겨진 듯한 몇 장의 꽃잎들이 애처러이 매달려 있다. 벚꽃의 찰나적 생애를 바라보노라니 인간 삶의 남가일몽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삶의 신산함을 어느 정도 겪어낸 이들은 항용 '내 이야기는 소설책 몇 권으로도 모자랄 것'이라는 말을 흔히 한다. 그렇다. 어찌 보면 소설이나 영화 때로는 막장 드라마보다 현실에서 믿겨지지 않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만약 영화나 드라마 소설로 옮겼다면 '너무 정도가 지나치다'라는 비판을 받았을 일들이 현실에서 비현실적으로 일어나곤 한다. 가까이는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일련의 끔찍한 살인사건들이 그러하다.

2003년도에 개봉한 '바람난 가족'이란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는 한 남자가 어린아이를 유괴하여 아파트 공사 현장의 옥상에서 던지는 장면이 있다. 물론 직접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소리로써 아이의 죽음을 암시한다. 그 영화를 보고나서 얼마 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설가가 "아무리 영화지만 그렇게 잔혹한 장면을 만들다니 너무 심했다"는 취지의 칼럼을 쓴 것을 보았다. 한편으로 그 의견에 공감은 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데…'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로부터 얼마 후 친아버지가 대여섯 살 난 남매를 한강 다리에서 차례로 떨어뜨린 사고가 났다. 정신병력을 가진 이도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영화와 현실에서 비슷한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노라니, 허구와 사실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허구보다 더 기막힌 현실의 잔혹함이 내 발밑의 뿌리를 흔드는 어지럼증이 일었다. 특히 두 아이를 죽음으로 밀어 넣은 아버지의 사건은 나 스스로 인간인 것마저 싫어질 정도였다. 인간의 삶과 사회가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지만 빈번히 발생하는 극악한 사건 사고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무엇이 문제인가.

살아가다보면 의견이 달라 분쟁과 갈등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자연발생적 재해를 제외한 인간들끼리의 사건 사고는 피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과도한 욕심이다. 지나친 물욕도 큰 문제지만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며 강제하는 정신적 이기심도 타인을 희생시키는 가장 큰 주범이다.

불가에서는 어떤 사람의 특정한 행동 양식은 다 그 나름대로의 생존 방식을 보이는 것이라고 하는데 타인의 생명을 함부로 짓밟는 자들의 행태도 과연 '생존 방식'이라고 부를 만한 가치가 있을까.

벚꽃 스러진 자리에 찾아드는 허구인 듯 허구 아닌 음울한 봄소식은 이제 그만 들었으면 한다. 현실이 가혹하다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남의 생명을 함부로 앗아가는 그런 참혹한 뉴스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찬연한 봄, 봄햇살 같은 어린 아이들에게 작은 생명체도 귀히 여기는 마음공부부터 시켰으면 한다.

꽃 진 자리, 이제 연두빛 새 생명이 햇살 받아 제 몸만큼 발밑에 새 영토를 넓힐지니 그 맑은 나무 그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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