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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12일 오후 막을 내린 2012년 여름 여수엑스포는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사람의 열기로 들끓었다. 지난 8월 3일 청주 지자체의 날 엑스포를 찾았을 때, 각 전시관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보통 2~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가장 인기 있었던 아쿠아리움은 서너 시간도 부족해 아무리 줄을 서 있어도 관람 예상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놀이공원도 아니고 더구나 뙤약볕 속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전시를 보기 위해 이렇듯 장시간 줄을 선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의식이 매우 선진화된 증례라고 생각된다.

아쿠아리움의 사람줄에 기가 질려 기업관을 찾았다가 역시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원래 엑스포란 이름의 취지에 걸 맞는 국제관으로 발을 옮겼다. 독특한 향신료 내음이 감도는 파키스탄관을 돌아나오다 보니 바로 앞에 미술관 안내 표지가 붙어 있었다. 어느 곳이든지 줄 서 있는 풍경이 익숙한 엑스포장 내에서 유일하게 줄이 없는 곳이었다. 제목 또한 눈길을 끌었다. '불의 여인과 트리스탄의 승천'. 로미오와 줄리엣 못지않게 비극적이고도 낭만적인 연인들의 이야기로 회자(膾炙)되고 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가 어떻게 무엇으로 표현되어 있을까 궁금했다.

안에 들어서니 어둡고 서늘했다. 바깥의 강렬한 햇살과 인파가 뿜어내는 열기와는 대조적이었다. 회화나 조각의 전시가 아니라, 마치 그림의 액자가 움직이는 듯한 비디오의 상영이었다. 세계적 미디어 작가인 빌 비올라의 이 작품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앞에 한 여인의 실루엣이 서 있다. 정지된 듯 여인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아주 서서히 팔을 조금씩 움직이며 들어 올리고 있다. 그러다 결국 앞으로 뛰어드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물속이다. 여인이 뛰어든 물은 서서히 일렁이며 불과 함께 섞여 든다. 이러한 일련의 동작들이 거의 정지 상태의 느낌을 줄 정도로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뒤이어 흰 옷을 입은 남자가 석판 위에 누워 있고 그의 몸 위로 물방울이 조금씩 떨어져 그의 몸을 깨운다. 물방울은 점차 물기둥이 되어 그의 몸 위로 쏟아질 때 그는 높은 곳으로 들리워 올라간다.

여수엑스포 내 고립된 섬과 같은 작은 미술관에서 접한 이 불과 물의 이미지는 엑스포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남과 여, 물과 불의 조합으로 생명의 태동을 반복하고 있는 그 어둡고 작은 미술관은 마치 여수엑스포의 자궁과도 같았다. 휘날레처럼 많은 관중의 탄성을 자아낸 마지막 관람 순서 빅오쇼까지 보고 나자 과연 인간에게 물과 불은 무엇인가 하는 화두가 남았다. 빅오쇼의 기술과 내용 또한 물과 불의 조합이었다.

물에서 비롯된 생명의 탄생, 그 생명체의 생육과 번성에 공헌한 불, 결국 엑스포를 간단히 요약하면 물과 불의 축제였다. 물과 불을 자원화하지 않고는 인간은 살아갈 수가 없다. 여수 엑스포는 물의 바다와 불의 자원을 잘 보여준 무대였다.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올해 여름, 여수 엑스포에, 올림픽 열기에 더욱 달구어진 여름이었다. 물과 불의 합일로 생명의 기운을 충전한 한여름, 이제는 그 에너지로 새로운 계절을 맞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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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