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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늘 헤드폰을 귀에 꽂고 입으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흥얼거렸다. 주변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자신만의 세상에 온통 빠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조금은 예의 없는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치기도 했다. "무슨 음악을 듣고 있나요?" "네? 아, 아바의 곡입니다." 더 이상 질문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듯 대답은 최대한 간결하게 끝냈다. 질문에 답하느라 잠시 헤드폰을 뗐다 다시 자신만의 세상으로 빠져들었다. 손가락은 박자를 맞추는 듯 테이블을 규칙적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나면, 카메라를 들고 제주의 꽃들을 찍었다. 사람들하고 어울리기보다는 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타입이었다. 주변의 상황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천명(知天命)이라는 50세를 눈앞에 둔 그였지만, 소년처럼 아직도 꿈을 꾸는 몽상가인 듯이 보였다.

지난 달, 2박3일 동안 제주도에서 함께 보냈던 가수 김종서의 인상(印象)이었다. 마지막 저녁 술자리에서 그는 작은 휴대용 스피커를 틀어놓고 음악을 들으며 음식을 즐겼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다만 독특한 미식가여서 신기한 바다 생물이나, 그 지방의 특이하고 유명한 맛 집들에는 종종 관심을 보이곤 했다.

"늘 음악을 듣고 지내시네요?" "직업이잖아요. 다른 사람들의 음악을 많이 들어야 영감을 얻을 수 있거든요. 내 음악을 찾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가 만들어낸 명곡 '아름다운 구속', '대답 없는 너', '겨울비' 등이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르게 보였다. 그는 휴가처럼 자신의 삶을 즐기면서도 끊임없이 노래를 놓지 않고 이어오고 있던 것이다.

작년 이맘때, 잘 아는 후배와 미용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후배는 시내에서 미용업소 체인점 5~6개를 거느린 대표이기도 했다. 후배는 또한 각 체인점 점장들과 한 달에 한 번 중앙공원의 노인들을 위해 무료 미용봉사를 꾸준히 시행하고 있었다.

"손놀림이 거의 예술이네?" "미용은 손이 자유로워야 되거든요." '손이 자유롭다'라는 말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마음먹은 대로 손이 움직여준다'는 뜻이었다. 할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손은 쉬지 않고 스스로 움직였다. 후배의 몸에 달린 손이었지만, 마치 후배와는 별개의 생명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알아서 행동하는 듯 했다.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볼수록 놀라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이 정도 수준까지 되나?" "결국 반복이더군요. 손에 쥐가 나도록 머리카락을 잘라대면 어느 순간 손이 자유로워져요." 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 니콜라 파가니니는 늘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음악을 전수받은 것'이라는 칭송을 들을 만큼 극한의 기교와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곤 했다. 그는 "내가 천 번을 연습했더니 사람들이 나를 천재라고 부르더라."라고 고백하지 않던가. 반복을 거듭하여 무한한 양(量)이 쌓이면 질(質)적 변화는 필연적이라는 변증법적 유물론이 철학적 사고의 명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요즘 도처에서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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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