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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며칠 전, 여름휴가를 시골서 보내고 왔다. 매년 우리 가족의 휴가는 대천 바닷가였는데, 이번에는 시골 친척집을 다녀오자고 가족들과 의견을 모았다. 거기에는 산과 들을 좋아하는 아이의 성정도 한 몫 했다.

시골의 밤은 도심의 그것과 확연하게 달랐다. 우선 에어컨이 없어도 밤의 공기가 그렇게 시원하고, 투명할 수가 없었다. 도시의 밤은 계속되는 열대야 현상으로 불면의 밤이 이어지지만, 이곳은 오히려 새벽녘이면 서늘한 기운이 돌아 이불을 끌어당겨야만 했다.

저녁을 먹고, 아이와 오랜만에 시골길을 걸었다. 가로등이 없는 시골 길은 별과 달이 뿜어내주는 그윽한 빛만으로도 충분했다. 발목에 스치는 들풀의 느낌, 한낮의 더위로 데워진 달큰한 숲의 향기,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벌레들의 울음소리는 벌써 가을을 준비하는 정취로 설레게 했다. 고즈넉이 잠긴 시골의 밤길을 걸으며 하늘을 이윽히 올려다 볼 때, 문득 아이가 내게 물었다. "아빠, 달님이 왜 나를 따라와·" 아이의 질문을 받는 순간, 잃어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랬다. 어린 시절, 달님은 들길을 걸을 때도, 자전거를 타고 가며 뒤를 돌아봐도, 기차를 타도 달님은 나를 따라왔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이에게 말했다. "그래, 저 달님은 어렸을 때 아빠를 따라다니던 바로 그 달님이야.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빠는 달님을 잃어버렸어. 그런데 이제 보니 그 달님이 너를 따라 갔구나."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말했다. "근데 저 달님이 지금 아빠한테는 안 따라와·" "달님은 아이들만 좋아하거든.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떠나는 거란다. 그래서 달님은 아이들만 따라다녀." 그러면서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바라보자,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 정말 나를 따라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어릴 때,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왔던 달님이 어른이 된 지금은 왜 그저 하늘에 저 홀로 있는 것처럼만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내가 살아가면서 알아가게 되는 과학적 지식(知識) 때문이 아닌가 싶다. 1969년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함으로써 우리들의 동화는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요즈음 한창 인기 초청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김정운 교수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에서 자신이 강연하기 제일 어려운 그룹이 교수와 고급공무원 그리고 회사 CEO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지식층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기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려는 완고함과 쉽게 타인의 말에 설득당하지 않으려는 경계의 보호막을 치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지식(知識)이 두꺼운 벽이 되어 또 다른 세상을 보려하지 않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소설 <데미안>에서 '새는 알에서 깨어나려고 한다. 알은 곧 세계다.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사람은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새가 알에서 깨어나 밖의 세상을 보려면, 두 세상 사이에 있는 알의 껍질을 부숴야만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知識)이 때로는 다른 세상을 보는 눈을 가리는 옹벽이 되는 것은 아닐까. 아이를 따라가는 달님이 무엇 때문에 나에게는 따라오지 않는지 진지하게 달님에게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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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