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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전문기자

삼월 첫 주의 월요일, 등에 새 가방을 멘 꼬마들이 올망졸망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어른과 아이들의 얼굴 모두 설레고 상기된 표정이다.

한동안 부모님 손을 잡고 오가게 되겠지만 저 평범한 길목이 앞으로 아이들에게는 혼자서 걸어야 할 길이 될 것이고 또한 평생 배움의 길로 들어서는 길이 될 것이다.

신호 대기하던 차 안에서 입학식 가는 아이들의 들뜬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의 일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하얀 손수건을 왼쪽 명찰에 꼬리처럼 단 채 가방을 메고 처음 학교라는 곳을 갔다.

그날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지만, 부모님이 아닌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입학하게 되었다.

지금도 아련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가방에 들어 있던 크레용의 낯선 향기와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음 가운데 들려오던 풍금소리였다.

그리고 난, 문득 혼자가 되었다. 할머니가 그만 어린 손자를 놓쳐버린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행렬에 휩쓸려 교문을 나섰지만 나는 집으로 가는 길을 알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공포감이 온몸을 감싸자 울음부터 나왔다.

한참을 울다보니 멀리 교회 종탑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벽돌로 지은 청주제일교회였다. 그곳은 청주의 어느 곳에서도 보일 만큼 높았다.

지금은 빌딩들의 숲에 묻혀 쉽게 찾을 수 없지만, 그 당시만 해도 청주의 명소(名所)로 유명했다.

다행히도 난, 아주 어려서부터 아는 누님의 손을 잡고 교회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적어도 교회에서 집으로 오가는 길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청주 어디서나 잘 보이는 그 교회를 향해 무작정 걷고 또 걸었다.

길이 막히면 올려다보고 다시 마음속으로 길을 가늠해서 접근해갔다.

목표가 분명해지자 마음속 두려움은 씻은 듯 사라지고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만 가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별일 아니었지만 그 당시의 어린 아이의 심정은 절박했었다.

길을 안다면, 20분이면 갈 길을 거의 1시간 정도 소비한 끝에 마침내 교회정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이후, 힘겨운 문제에 부딪히거나 삶의 길을 잃어버렸을 경우, 지금보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바꿔 말하면, 나를 벗어나 객관적으로 나를 살펴보는 안목이 은연중에 자리 잡았다.

내 의식 속에서 일종의 '길 찾기'였던 셈이었다.

그럴 때마다 의외로 어렵고 힘든 문제들이 쉽게 풀리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되었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글이다.

결국 누구에게나 굴곡은 있다.

하지만 오르다보면 내리막길도 있었고, 내리막길을 쉽게 가다보면 다시 오르막길을 만났다.

김훈 작가의 말대로 삶은 결국 주고받으며 사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길을 걷다보면,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깨달음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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