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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독일 하노버 시(市) 바로 옆에는 작은 도시 하멜른이 있다.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도시였지만, 쥐가 너무 많아 점점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졌다. 그때 마침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타나서 금화 천 냥을 주면 쥐들을 없애주겠다고 하자, 시장은 그에게 금화 천 냥을 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사나이가 피리를 불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도시의 쥐들이 모두 몰려나왔다. 쥐들은 피리소리에 이끌려 강으로 빠져버렸다. 마침내 쥐들이 도시에서 모두 사라지자 피리 부는 사나이는 약속대로 금화 천 냥을 요구했다. 하지만, 욕심 많은 시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겨우 금화 한 닢만 주었다. 이에 화가 난 사나이는 모든 어른들이 일터로 나간 사이, 거리에서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이들이 피리소리에 이끌려 산으로 사라져버렸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시장과 마을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이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그림형제가 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란 동화다. 이 동화의 핵심은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대화의 단절'이 원인이다.

얼마 전, 서울서 친구가 찾아왔다. 청주에서 하루를 머물고 아침 일찍 서울로 가기 전, 해장국집을 찾았다. 손님이 별로 없는 이른 시간에 젊은 부부가 자녀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특별히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다름 아닌 어린 두 아이의 모습 때문이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두 자녀가 너무도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신기해서 유심히 그들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어린 두 아이 모두 스마트폰을 음식 옆에 거치대처럼 받쳐놓고 화면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침묵의 원인은 스마트 폰이었다. 두 자녀는 기계처럼 음식을 입으로 넣고 있었다. 그저 음식을 입안으로 흘려 넣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아이들의 눈과 영혼은 온통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했다. 부모 역시 그저 말없이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들의 침묵이 식사예절이 아닌, 마치 거대한 콘크리트에 갇힌 단절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모든 아이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거대한 괴물 같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문득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떠올랐다. 식탁에서도 학교에서도 거리에서도 버스에서도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함몰되었다. 신이 인간에게 준 최대의 축복은 위대한 자연이다. 인간이 바벨탑을 쌓으며 하늘에 도전하다 신의 분노를 부른 것처럼 현세의 인간들은 점점 신이 주신 자연의 축복을 외면한 채, 자신들이 만든 가상(假像)의 세상에 몰두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에게 겨울이 오는 풍경을 보여줘야 한다. 스마트폰의 장단점을 논하기에 앞서 성장기의 아이들에게는 가상의 세상이 아닌 우리 눈에 보이는 자연을 보여주고 느끼며 자라게 해야 한다. 우리는 우는 아이가 귀찮아서 달콤한 사탕 물리듯 스마트폰을 너무도 손쉽게 아이들에게 쥐어 줬다. 사탕이 아이의 이를 썩게 한다면, 스마트폰은 이제 아이들의 영혼을 아프게 만든다.

올 겨울, 하늘에는 소담지게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을 때, 아이들의 스마트폰에는 무엇이 어른거리고 있을 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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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