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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청주시 자원봉사센터가 변했다. 두해 전, 센터장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청주시의 지원으로 '느티나무 카페'를 만들었다. 느티나무는 흔히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그곳으로 모여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서로의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 주었다. 그런 의미로 센터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마음껏 쉴 수 있는 '느티나무 카페'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원봉사센터 사무실도 산뜻하게 리모델링했다. 센터 직원들도 보강이 되었다.

과거의 허름했던 자원봉사센터와는 확실하게 달라졌다. 그런데 2년이 흐른 지금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아름답게 변신한 자원봉사센터에는 직원들만 가득할 뿐, 봉사자들의 발길은 점점 뜸해졌다.

과거 자원봉사센터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었다. 사랑방처럼 봉사자들이 수시로 찾아와 차도 마시고 수다를 떨다 돌아갔다. 그때는 봉사자들이 제대로 앉아 쉴 만한 공간도 부족했다. 그저 직원들 옆에 보조의자를 끌어와 한참동안 봉사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기자도 좁은 센터장실에서 수시로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 부지런히 세상에 퍼 날랐다. 그러다보니 어지간한 봉사자의 얼굴을 금방 익혔고 가족처럼 친해졌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이 센터에서 사라졌다. 최근에 만난 한 자원봉사자에게 물었다.

"요즈음은 왜 센터에 안 오세요?"

"재미가 없어."

"얼마나 좋아요? 멋진 '느티나무 카페'도 생겼는데."

"생기면 뭐해? 사람들이 안 오는 걸."

재미난 동화가 있다. 한 욕심쟁이 거인은 도깨비 친구와 놀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동네아이들이 자기의 정원에서 뛰어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망치다니!' 그러자 아이들은 깜짝 놀라 모두 다 도망가 버렸다. 정원에는 거인 홀로 남게 되었다. 거인 혼자만 간직한 정원은 바깥 세상에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도 항상 겨울만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꾀꼬리 우는 소리에 깜짝 놀란 거인은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나무마다 아이들이 올라 앉아 있었다. 그렇게 앉아 있는 나무마다 봄이 찾아와 있었던 것이다. 거인은 자신의 정원에 아름다운 계절들이 찾아오기 위해서는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영국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욕심쟁이 거인'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정원도 아이들이 없으면 겨울처럼 삭막한 공간이 된다는 의미다. 아무리 멋지게 건물을 꾸며놓아도 사람이 들지 않으면 '욕심쟁이 거인'의 정원처럼 추운 겨울만 지속될 뿐이다.

자원봉사자가 찾지 않는 봉사센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간간히 '느티나무 카페'에 들려도 사람이 없어 그저 썰렁하기만 하다. 정성껏 꾸민 인테리어가 괜히 무색해 진다. 20년 동안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한 봉사자의 전언이다.

"예전에는 정(情)이 많았는데 지금은 인정이 없어. 나무에 둥지만 틀면 뭐해? 새가 들어와 살아야지."

새집을 꾸몄으면 이제 온기(溫氣)를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새들이 깃드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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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