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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전문기자

가을비가 추적이던 지난 주말, 젖은 낙엽들은 더욱 선연히 도드라지며 눈부셨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나오다가 뜰에 있는 노랗게 환한 단풍을 매단 나무에 홀리다시피 나무 아래 섰다. 잎이 제법 큰 것이 후박나무 같았지만 이름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 아쉬웠다. 눈을 들어 위를 보니 천정을 이룬 나뭇잎들이 여느 화가도 그려내지 못할 추상적 구도로 펼쳐져 있었다. 나무 한 그루의 한 세상이 너무도 벅차게 아름다웠다. 이래서 '제제'도 라임오렌지 나무 '밍기뉴'에게 그토록 매혹되었던 것일까.

아이유의 노래 '제제' 가사 논란으로 어린 시절 읽었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떠올렸다.

"나무란 몸 전체로 얘기할 수 있단다. 잎을 통해서, 가지와 뿌리를 통해서도. 자, 들어 봐! 네 귀를 여기 내 몸에 갖다 대고, 내 가슴이 고동치는 소리를 들어 봐!"

몹시 가난하며 천덕꾸러기처럼 살아가던 제제가 유난히 동식물을 좋아하고 그들과 교감한다는 것은 그만큼 풍부한 상상력과 순수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제제는 곧잘 엉뚱한 상상력에 빠져들다가 자신도 모르게 심한 장난을 벌여놓곤 한다. 그 결과 그는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장난꾸러기로 통하지만, 동생을 잘 돌보고 일에 시달리는 엄마와 누나에게 연민을 느끼는 착한 아이다.

부모로부터 안정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제제는 자신의 나무로 정한 집 뜰의 라임오렌지나무에 '밍기뉴'라는 이름을 붙이고 대화를 나누는 속 깊은 친구가 된다.

아이유의 '제제'는 이 책에 대한 일종의 독후시라고 할 수 있겠다. 독후감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아이유는 시 또는 노래로 표현한 것이다.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 잎사귀에 입을 맞춰 / 장난치면 못써 /…(중략)…/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위와 같은 가사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내용 중 '그리고 슈르르까(밍기뉴)의 가지를 흔들어 잎사귀 하나를 내 얼굴에 떨어뜨렸다. 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 밍기뉴를 쳐다보았다'와 같은 문장에서 파급된 것은 아닐까. 또 제제는 노래책 장수 아리오발도를 따라 다니며 아저씨의 장사를 도와 노래를 즐겨 부르곤 한다. 그 외에도 제제의 엄마나 노래책 장수 등의 노래하는 장면도 여럿 나온다. 이에 아이유가 제제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야겠다는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도 싶다.

제제를 친자식처럼 사랑했던 뽀르뚜까 아저씨가 자동차 사고로 죽고난후 충격과 상심에 생사를 넘나들 정도로 앓던 제제는 꿈에 밍기뉴에 올라타고 세상을 돌아다니는 꿈을 꾸고 나서 차츰 회복된다. 기력을 찾은 제제에게 누나는 밍기뉴가 처음으로 피워낸 하얀 오렌지 꽃을 꺾어다 준다.

이 책을 정독한다면 아이유의 가사가 선정성을 띠고 있으며 아이를 성적으로 왜곡시켰다는 논란은 과장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유의 가사는 잘 응축된 한 편의 독후감이자 감상문이다. 다만 앨범 표지 나무 밑 아이의 모습은 오해를 살 만 했고, 앨범 표지에서 매력적인 꼬마 제제에게 굳이 '섹시'라는 단어를 쓴 것은 불찰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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