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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매주 목요일 밤 진행되는 수필 반 수업에 참석했다가 지난 주,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친하게 지내던 몇몇 문우(文友)끼리 수업이 끝나면 차 한 잔 하자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다되었다는 경고음이 연신 울려댔다. 모든 일상이 마무리되어지는 늦은 시간으로 접어들었기에 별로 염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이 꼬이려면 엉뚱한데서 벌어지는 법이다. 문우들은 제각기 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듣긴 했어도 약속 장소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나는, 오늘 모임을 주도했던 한 문우에게 전화를 걸려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창은 전원이 꺼져 반응이 없었다. 급한 대로 공중전화라든가 근처 가게라도 이용하며 전화를 빌릴 수도 있겠지만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지 않으니 그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전에는 종이수첩을 활용했지만 스마트폰의 기능이 점점 다변화되다보니 모든 연락처를 폰에 담아두고 산다. 필요할 때, 단축키를 활용하거나 이름만 치면 즉시 번호가 달려오니 얼마나 편리했던가. 이런 편리함이 인간의 인지 기능을 오히려 퇴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기의 힘을 습관적으로 맹신하기에 제대로 알고 익히는 것을 게을리하고 있다. 이번 일만 해도 필요하면 쉽게 전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만남 장소를 인식하는데 등한시한 것이다. 이렇게 되니 문우들과 아무런 양해도 없이 약속을 저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자동화는 우리가 하는 일, 우리가 가진 재능, 그리고 우리의 삶에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세계적 디지털 사상가 니컬러스 카는 신작 '유리감옥'에서 자동화가 인간의 삶에 미칠 폐해를 우려한다.

북극에 사는 이누이트족들이 좋은 예다. 북극은 사막처럼 눈에 띄는 지형지물이 거의 없다. 자신이 걸어온 흔적들도 눈보라로 금세 사라지는 얼음의 땅이다. 하지만 이누이트족은 그런 땅에서 조상 때부터 물려받은 신기에 가까운 지각 능력을 발휘해 방향감각을 잃지 않고 집을 찾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냥 중 길을 잃거나 심각한 사고를 당해 죽는 일이 잦아졌다. 원인은 위성위치시스템(GPS)이었다. GPS 기기를 사용하는 이누이트족이 늘어나면서 부족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온 극지방에 관한 지식과 감각이 퇴보했기 때문이다. 지식과 지혜를 컴퓨터 데이터와 맞바꿔버린 그들의 모습이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는 우리 모습과 닮아 보인다.

과거에는 한번 가보았던 길은 기억에 남아있어 다시 찾아갈 수 있었다. 반면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찾아갔던 길은 결단코 내비게이션 없이는 다시 찾지 못한다. 니컬러스 카의 우려대로 어느덧 우리는 스스로 스마트폰 액정과 컴퓨터 스크린이라는 '유리 감옥'에 갇혀버리고 만 것이다. 자동화 기술은 우리를 많은 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게 해주는 이점이 분명이 있다. 하지만 가속화되는 자동화는 점점 인간 본연이 갖고 있는 고유의 재능과 자유를 빼앗는다. 자동화가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처럼 틀에 박힌 시각으로 제한된 선택을 한다.

결국 인간 스스로 '유리감옥'에 구속되고 마는 것이다. 제 꾀에 자신이 넘어가고 있는 요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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