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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옛날 어느 마을에 아버지가 임종을 맞아 세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이 고장의 관습에 따라 내 전 재산 말 열일곱 마리 중 절반은 맏이가, 그중 삼분의 1은 둘째가, 9분의 1은 막내가 갖도록 하여라" 이 말을 들은 큰아들은 자신이 절반인 여덟 마리 반을 가져야 하므로 결국 아홉 마리를, 둘째도 이러한 이치로 여섯 마리를, 막내는 두 마리를 가져야 한다며 서로의 할당량보다 많이 가지겠다고 다투었다.

형제간의 싸움이 끝나지 않는 가운데 마침 말 한 마리를 타고 가던 노인이 중재안을 내놓았다. "내 말 한 마리를 드릴 터이니 열여덟 마리를 아버지의 유언대로 공평히 나누시오." 그리하여 형제는 다툼 없이 맏이는 아홉 마리, 둘째는 여섯 마리, 막내는 두 마리를 가질 수 있었다. 형제간의 갈등이 끝나고 노인은 걸어서 길을 떠나려 하였다. 그러자 한 아들이 공평히 나누고도 남은 말 한 마리를 타고 갈 것을 권유하였다. 노인은 흔쾌히 그 말을 타고 떠났다. 철학자 김형석의 '수학이 모르는 지혜'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는 갖게 되는 물질의 양보다 서로 나눌 줄 모르고 소유욕으로 눈멀고 어리석어 싸움만 일삼는 사람들을 풍자하는 이야기다.

올해 연초부터 정말 가슴 훈훈한 소식이 있었다. 전남 진도군에 사는 노부부가 1년간 화장실 청소를 해서 모은 돈 천만원을 진도군 인재육성장학회에 기탁했다는 사연이었다. 부모 잃은 지적 장애 손자를 키우는 어려운 형편의 촌로 부부가 이렇게 큰돈을 선뜻 내놓기까지는 쉽지 않았을 터인데 그들이 기부한 이유는 단순했다. "나도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다."

이러한 기부를 하기까지의 할머니의 심정은 이러했다. "승규가 학교에서 지역사회에서 계속 도움을 받으니까 엄청 기쁘고 내 마음에 차곡차곡 변화가 있더라고요. 내가 이케 기쁜데 나도 넘을 기쁘게 해 줄 수 없을까." 물론 이러한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부부가 진도대교 인근 공중화장실 4곳을 매일 청소하고 받는 돈은 한 달에 80여만원.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창피하지만 우리도 넘한테 기쁜 것을 주자고 승규 할아버지가 먼저 말했을 때 선뜻 대답을 못 했어요. 근데 냉중에 생각을 해봤는데 나도 승규를 통해 마음이 엄청 기쁘고 행복하고 좋은데, 나도 넘한테 쪼깐 기쁜 일을 해주면 그 사람도 나만 하게 기쁠까. 그라고 결심을 했죠." 거칠고 험한 화장실 청소를 한 돈을 고스란히 모아 쾌척한, 이 소박한 인정의 마음이야말로 성인의 반열에 드는 태도라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맹자는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했다. 타인을 불쌍히 여기는 애틋한 연민이야말로 가장 인간된 도리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노부부의 '남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그 소망은 맹자의 측은지심을 뛰어넘는 경지가 아닐까.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단순히 불쌍히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야말로 보다 차원 높은 인간애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다.

한겨울 삭풍이 분다 해도 서로의 온기를 나누면 이 겨울이 보다 따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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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