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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1.16 17:46:3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한동안 최인호 작가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불안했다. 그는 이미 2008년 침샘암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가 이내 건강을 회복했다면, 다시 활기차게 세상으로 나와 왕성하게 살아갈 사람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칼럼에 언급했지만, 난 최인호 작가와 함께 이미 고인이 된 박완서 작가와 4박5일간 중국 공림을 다녀온 인연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분들의 주변 소식이 남달랐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최인호 작가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 '작은 키'에 의아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처음 보는 내게 그는 허물없이 대했다. 함께 동반한 일행에게도 호쾌하게 악수를 나누며 누구와도 소탈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특히 故 박완서 작가와는 유난히 각별했다. 박완서 작가는 최인호 작가의 천진한(?) 모습을 그저 선한 눈으로 바라만 보았다.

그런데 얼마 전, 천주교 서울 대교구 주보에 자신의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반가워서, 얼른 홈페이지에 들어가 글을 읽어보았다. 그의 글은 암과의 투쟁기였다. 죽음을 곁에 두고 갈등과 번민, 그리고 두려움을 함께 써내려가야 하는 그의 심정이 아팠다. 그는 죽음 뒤에 오는 세상을 두려워하면서도 "내 몸은 목판의 엿가락, 엿장수인 주님 뜻대로 하소서."라며 신 앞에 순명(順命)했다. 그의 글을 나는, 또박또박 적어가며 그의 마음을 헤아려봤다. 그는 끊임없이 현자(賢者)에게 질문하고, 묵상했다.

프랑스의 시인 아폴리네르에게 물었다. 그러자 시인은 "그가 말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대답했다. 우린 두렵습니다. 그가 다시 말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왔다. 그는 그들을 밀어버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날았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그는 '그들이 날아 오른 세상은 무엇일까?'라며 자신의 생각을 두드렸을 것이다. 옛 중국의 선사 석상(石霜)과 제자들의 대화에서 또한 답을 구했다. "백 척이나 높은 작대기 끝에서 어떻게 하면 걸을 수가 있겠는가." 제자들이 대답하지 못하자 석상은 "백 척이나 높은 작대기에 올라가 능히 앉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도 진리에 이른 것은 아니다. 백척간두에서 다시 한 발자국 나와 보라. 그렇게 되면 시방세계의 모든 진리를 보게 되리라."라고 말했다.

그는 백척간두에서 내디딘 한 발자국의 실체는 무엇인지 선승처럼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을 것이다. 고승 황벽에게도 물었다. "과거는 감이 없고, 현재는 머무름이 없고, 미래는 옴이 없다." 그리고 다시 예수에게도 자문했다.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라고. 현자들의 말을 통해 그는 내일(죽음)을 걱정하는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달랬을 것이다.

그는 또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금언에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란 금언이 실감난다."라며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고자 마음을 다지기도 했다.

최인호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 그의 마음이 내 마음으로 힘겹게 파고들었다. 부디 회복하여 천진난만한 웃음을 다시 보여 주시기를. 그리고 깊은 통찰의 글 방망이로 내 무딘 의식을 두드려 달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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