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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1916년 원불교를 창시했던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는 키가 180센티미터나 됐다. 당시로는 엄청난 거구였다. 목청도 쩌렁쩌렁했다. 가끔 야단을 칠 때는 소리가 법당의 종소리처럼 아주 멀리 울렸다고 한다. 그 소리만 들어도 사람들은 큰 일 났다고 안절부절 못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대종사의 방에 들어가 야단을 맞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활기가 넘쳤다고 한다.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몰랐던 부분을 깨우쳐 주셨지."

몰랐던 부분을 깨우쳐 주되 결코 제자의 사기를 꺾는 것이 아니라, 힘을 불어넣어 주었던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꾸중은 야단을 치면서 이치에 대한 오해를 이치에 대한 이해로 돌렸다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자네는 장점이 참 많아. 이걸 고친다면 더 많은 장점을 가지게 될 걸세."라고 덧붙이며 힘 빼기가 아니라 힘 불어넣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상대방의 내면에 있는 창조의 기운을 두드려서 깨우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백성호 기자의 책 '현문우답(賢問愚答)'의 48day '사람을 살리는 꾸중의 법칙'에 등장하는 일화다. 이 글을 읽으면서 필자는 문득 십수 년 전 만났던 첫 직장 상사가 떠올랐다. 그분은 당시 직급은 부장이었으나 직책은 지사장 역할이었다. 성정(性情)은 불같았다.

어느 날, 며칠 간 서해안 출장을 다녀온 나는 오전에 제출할 보고서 준비에 열중하고 있는데 동료 대리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회의실로 불러냈다.

"이봐, 큰 일 났어. 자네가 기안한 사업 보고서가 문제가 됐나봐. 지사장님이 사장님께 보고하러 갔다가 망신만 당하고 돌아오셨대. 그래서 과장님도 어제 된통 당했어."

그러고 보니 아침 출근 때 과장님의 낯빛이 안 좋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과장님의 표정이 그래서 그랬나? 이거 큰 일 이군.'

불안한 마음이 밀려들었다. 보고서가 도통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고객의 전화를 받아도 성의 없이 대충대충 받아 넘기고, 주변 동료에게도 괜한 짜증만 냈다. 눈길은 자꾸만 지사장실로 향했다. 언제 호출 당할지 몰라 조바심이 났다. 그러다 마침내 지사장으로부터 호출이 왔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호통이 떨어졌다.

"윤대리!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이런 보고서 하나 제대로 못해서 우리 지사 전체 망신을 줘?"

쩌렁쩌렁 울리는 호통소리는 마치 천둥소리 같았다. 귀가 먹먹하고 정신이 혼미했다. 그런데 엄청난 소리 가운데 빛처럼 한마디의 칭찬이 귀에 들어왔다. 그 소리가 내 안의 에너지 창고를 마구 두드리고 있었다.

"다른 놈이라면 이런 야단을 칠 필요도 없어. 천하의 윤대리가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하나?"

천하(天下)의 윤대리라니. 그 한마디 말로 내 안의 서운함과 부끄러움 그리고 분노가 일시에 녹아내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지사장실의 문을 열고 나오는 내 얼굴 표정이 묘했나보다. 동료 대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윤대리? 어떻게 된 거야. 정말 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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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