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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자수성가하여 남부럽지 않게 재산을 축적한 30대의 부자 아빠가 있었지요. 젊은 아빠는 너무도 아쉬움이 많았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대물림하기 싫어 항상 아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제공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들은 가난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 채 천방지축으로 자라났습니다.

해서, 아내와 상의한 끝에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시골로 갔답니다. 둘은 가난한 농부의 삶터에서 이틀을 보냈지요.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때, 재미있었니·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게 되었지· 무엇을 배웠는지 한번 이야기해 봐."

어린 아들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우린 개가 한 마리 있을 뿐인데 그 사람들은 네 마리나 기르고 있고, 우린 좁은 수영장이 마당의 구석에 있을 뿐인데 그 사람들은 끝없이 이어진 개울에서 마음껏 수영을 즐기고 있더군요. 또, 우리 정원에는 수입 전등이 두 개가 있을 뿐인데 그 사람들의 마을에는 총총히 떠있는 별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빛내고 있고, 우린 좁은 땅 안에서 사는데 그 사람들은 넓은 들판과 함께 살더라고요. 그 뿐이 아니었어요. 우린 도우미 한 사람이 살림을 도울 뿐인데 그 사람들은 마을 사람 전체가 서로를 돕고 있고, 우리 집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사람들은 이웃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더군요."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을 들은 아버지는 망연자실했습니다.

다른 어린이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마을에 바보 소리를 듣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은 시시때때로 그 아이를 놀리기 위해 50원짜리 동전과 100원짜리 동전을 놓고 마음대로 집어가라고 했습니다. 그때마다 바보 아이는 항상 50원짜리 동전만을 집어 들었지요. 그러면 동네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 아이를 놀려댔습니다. 하루는 이런 모습이 보기 안타까웠던 어떤 어른이 바보 아이에게 귓속말을 했습니다.

"얘야. 50원짜리보다 100원짜리가 더 큰 돈이란다. 다음부터는 100원짜리 동전을 집으렴."

그 말에 아이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아, 저도 알죠. 하지만 제가 100원짜리를 집으면 아이들이 다시는 그런 장난을 하지 않을 거예요."

과연 누가 바보일까요·

또 다른 어린이의 이야기입니다.

출근을 하려는 아빠에게 7살 난 딸아이가 예쁜 꽃편지 봉투를 쭈뼛쭈뼛 건넵니다.

"저기, 아빠 이거."

편지· 아빠에게 주는 거? 엄마가 죽은 다음부터는 말이 없어진 딸아이이기에 아빠는 "잘 읽을게"하면서 입맞춤을 하고는 출근을 합니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월요일 아침이어서 회의 준비 등으로 바빠 딸아이가 준 편지는 까맣게 잊고 지냈지요. 퇴근 무렵에야 생각나 편지봉투를 꺼내보았더니 작은 메모지와 함께 5천원이 들어있었습니다.

"아빠. 엄마 돌아가시고 힘들지· 아빠 양말 구멍 난 거 내가 엄마처럼 꿰매지 못해 미안해. 대신 5천원 줄게. 양말 사 신어요. 아빠 양말 구멍 나면 내가 창피해. 내가 엄마 노릇할 테니 울지 마. 아빠, 사랑해."

아빠는 울컥 솟아오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떠도는 이야기들 중 어린이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몇 가지 모아보았습니다. 어린이들의 생각은 때때로 어른들의 그것을 뛰어넘습니다. 영악함을 넘어 의젓하기까지 합니다. 요즈음 나라를 팔아먹을 것처럼 막무가내로 떠들어대고 있는 이 나라의 위정자들이, 특히 대권 예비주자들이, 어린이들의 생각을 반만 따라가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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