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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기원전 336년, 20살인 알렉산더가 왕위에 오릅니다.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마케도니아를 세계 제일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하여 그리스·페르시아·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고, 그 정복지에 다수의 도시를 건설하여 동서 교통과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한편,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한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합니다.

때문에 재위 시절의 알렉산더 대왕은 거칠 것이 없었고, 당연히 세상은 한결같이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지요. 내로라는 정치가며 학자, 예술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그에게 문안 인사를 옵니다. 하지만 철학자인 디오게네스만은 좀처럼 문안 인사를 오지 않습니다.

디오게네스는, 행복이란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를 가장 쉬운 방법으로 만족시키는 것이며, 자연스러운 것은 부끄러울 것도 없고 보기 흉하지도 않으므로 감출 필요가 없고, 이 원리에 어긋나는 관습은 반(反)자연적이어서 그것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면서, 몸소 가난하지만 부끄러움이 없는 자족(自足) 생활을 실천한 사람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지요.

어느 날, 알렉산더 대왕은 신하에게 디오게네스가 찾아오지 않는 이유를 묻습니다. 신하는 머리를 조아립니다.

"제가 듣기로 그는 사치스럽고 욕심 많은 사람을 비판하면서 큰 물통 속에서 두더지처럼 지낸다고 합니다."

그 후 몇 차례 신하를 시켜 디오게네스를 데려오려 하지만 그가 말을 듣지 않자 결국 알렉산더 대왕이 직접 그를 찾아갑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소문대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디오게네스를 보며 말하지요.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지 말해 보시오."

디오게네스는 당당하게 대답합니다.

"지금 제게 딱 한 가지 청이 있다면, 대왕께서 그 자리에서 비켜주시는 것입니다. 대왕께서 거기에 계시니 그늘이 지는군요. 저에게는 지금 금싸라기 같은 햇볕이 제일 중요할 뿐입니다."

알렉산더는 부귀영화보다 당장에 필요한 햇빛이 더 중요하다는 디오게네스를 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지요. 때문에 대왕은 죽을 때 관에 구멍을 내어 자신의 손을 밖으로 내보입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은 결국 빈손으로 떠난다는 교훈을 뭇 사람에게 주려 한 것이겠지요.

잘 알려진 이야기를 자세하게 소개한 것은 이 시각에도 욕심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많은 인물들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권력에 빌붙어서, 또는 쥐꼬리만 한 권력을 이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축적한 사람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기 위해 부끄럽고 어색한 모습으로 포토라인에 서서는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뭇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곤 합니다.

그러면 종합편성 채널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명의 패널들이 죽 늘어앉아서는 문제의 인물을 도마에 올려놓은 채 갈기갈기 찢어발기며 흥분하기 마련이지요.

이러한 모습을 언론을 통해 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한심한 대한민국의 오늘을 보면서, 하늘을 찌를 듯한 권세를 지닌 대왕 앞에서 목숨을 걸고 자신의 햇볕을 지킨 디오게네스의 배짱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의 욕심 없는 삶을 생각합니다. 비록 이야기가 신격화된 것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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