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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오송 지하차도 참사 '부실 제방공사' 감리단장·현장소장 중형 선고

현장소장 징역 7년 6개월, 감리단장 징역 6년
재판부 "오송 참사는 자연재해 아닌 중대한 과실로 발생 한 것"
유족, 피고인들 형량 판결에 '만족'

  • 웹출고시간2024.05.31 18:16:01
  • 최종수정2024.06.02 13:10:48
[충북일보] 30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법원이 사고 주원인으로 지목된 임시제방 부실 관리의 책임자인 미호천교 공사 감리단장과 현장소장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는 31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증거위조교사,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미호천교 현장소장 A(55)씨에게 징역 7년 6개월, 감리단장 B(66)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오송 참사 발생 후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들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이들은 미호천교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에 있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조성하는 과정에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다수의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임시제방을 축조했다는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사전에 없던 시공계획서와 도면 등을 위조하도록 교사한 혐의도 받는다.

B씨는 시공사가 기존 제방을 불법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쌓아 올린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고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설계에 따라 제방을 쌓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는 "임시제방을 기존 제방 규격대로 세웠거나 최소 사고 전날에라도 임시제방 보수를 했다면 이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참사는 피고인들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지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이들이 지난해 6월 29일부터 축조한 임시제방은 어떤 법정 기준에도 맞지 않게 지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32.65m 높이의 기존 제방을 임의로 허물고 어떤 기준도 없이 29.63m로 임시제방을 축조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임시 제방이 기존 제방을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A씨는 임시 제방을 축조할 당시 관계기관 허가를 받지 않은 데다 규정도 지키지 않았고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임시제방을 축조한 건지 모르겠다"며 "이를 대변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도 없을뿐더러 임시제방을 기존 제방과 동일한 규격대로 축조했으면 강물이 월류해 제방이 유실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임시제방 인근에 A씨의 부모와 자녀 그리고 친구가 있었더라면 그때도 제방을 튼튼하게 축조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뻔뻔하게도 존속 기간이 짧다거나 경제적 손실이크다는 이유로 임시제방 축조에는 완화된 측정 방법과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의 1심 판결이 끝난 뒤 유족들이 청주지법 법정동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임성민기자
정 부장판사는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B씨에게도 책임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부장판사는 "B씨는 건설 공사를 실질적으로 감독할 권한과 책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책임을 다하지도 않았다"며 "미호강 범람은 묵인과 방임, 적극적인 협력이라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것이지 자연재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솔직하게 피고인 A씨와 B씨의 죄책에 상응하는 형은 최소 징역 15년, 12년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형법상 그에 합당한 형량을 선고할 수 없다는 현실 앞에 법관으로서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끝으로 "입법부나 국민들께서 앞으로 이와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선고 직후 유가족들은 피고인들의 형량 판결에 만족을 표했다.

참사로 희생된 747번 버스 기사의 아들 이중훈씨는 "법에서 허용하는 최고의 형량이 나왔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등 단체장들도 6월 중으로 반드시 기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 15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인근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17대가 물에 잠기면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현재 검찰은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이외에도 행복청·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경찰, 소방관 등 사건 관련자 30여 명을 재판에 넘겼다.

/ 임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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