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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재도전 나선 보디빌딩 선수 조형원

화재로 전신화상 입고 10년간 칩거생활
어머니의 사랑·헌신으로 운동 시작
24회 미스터 충북대회 1위 · 95회 전국체전 출전
"어머니 환하게 웃는 모습 보고파"

  • 웹출고시간2014.11.16 18:49:53
  • 최종수정2014.11.16 18:49:53

훈련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형원 선수.

ⓒ 윤기윤기자
95회 전국체전이 끝난 며칠 후, 그를 찾았다.

초겨울 한기가 실내에 가득했지만, 헬스클럽은 조금의 온기도 없었다.

막 운동을 마친 조형원(34)의 벗은 상체를 보는 순간, 할 말을 잊었다.

화상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성한 피부는 모두 잔디 뗏장 뜨듯 떼어냈다.

떼어낸 부위는 하얗게 들떠 있고, 화상부위에 이식한 피부도 파스처럼 이질감이 느껴졌다.

가난한 흥부가 여기저기 기운 옷을 입은 것처럼 조선수의 벗은 몸은 무려 10여 군데의 피부를 떼어 입혔다.

화상으로 손가락이 붙어 바벨을 잡기보다는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에 걸쳐놓고 들어올렸다.

"내년 전국체전에 다시 도전 할 겁니다."

지난 95회 전국체전은 그에게 무척 중요한 대회였다. 하지만 아쉽게 출전선수 13명 가운데 11위를 차지했다.

"목표가 8위였어요. 그래야 실업팀에 명함이라도 낼 수 있거든요."

생계가 막막했던 그였기에, 취업은 그만큼 소중했다. 여러 직장을 구해보았지만, 손이 불편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한때 국가대표 보디빌더로 선발될 만큼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던 그였다. 하지만 1996년 그에게 찾아온 불행은 참혹했다.

집에서 발생한 무서운 화마(火魔)가 아름답던 자신의 몸과 젊음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누구나 부러워했던 몸을 숨기려 10년 동안 사람의 눈을 피해 집에 칩거했다.

그동안 무려 10여 차례 이식수술의 고통을 이겨내야 했다.

"부드러운 거즈로 상처부위를 씻어내도 제겐 철수세미로 닦아내는 것 같은 고통이었죠. 너무 소리를 질러대 치료를 마치면 목이 쉴 정도였으니까요.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도…"

기억만으로도 고통이었다. 절망에 빠진 그를 다시 일으킨 것은 어머니였다. 온갖 궂은 일로 뒷바라지를 했던 어머니는 유독 아들의 보디빌딩 대회 사진을 희망처럼 아꼈다.

자신의 사진을 정성껏 닦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목격한 조 선수는 이를 악물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공연한 집착이었다.

2008년, 삶의 봄을 맞은 것처럼 조심스럽게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운동을 재개한지 6년 만에 작년 10월 충북 제천에서 열린 24회 미스터 충북 선발대회 70㎏급 이하 경기에서 보란 듯이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3월 밴텀 -65kg 보디빌더로 제주에서 열린 95회 전국체전 충북대표로 선발됐다.

"43살의 나이에 어린 선수들과 경합하는 것이 무리 아니냐는 소리도 들어요. 하지만 근육은 쌓이고 쌓여야 피부 속 근육이 더욱 미세하게 갈라지고 힘줄도 꽃처럼 핍니다. 피부는 상했지만, 근육은 살아있습니다. 내면의 근육을 키워 최고의 몸을 만들려고요. 어머니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오늘도 묵묵히 바벨을 들어 올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정한모의'어머니'라는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그 동그란 광택의 씨를 아들의 가슴에 심어 주신다. 씨앗은 아들의 가슴 속에서 벅찬 자랑, 저린 아픔으로 자라나 드디어 눈부신 진주가 된다.'

어머니의 변치 않는 사랑과 헌신으로'조형원'이라는 진주를 만들어내고 있다.

비록 그의 피부는 고통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그로부터 발산되는 에너지의 파동은 그지없이 건강하고 아름다웠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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