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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인생 2막을 도전하는 사람들

유인홍 충주 신화분재농원 사장
38년간 몸담은 경찰조직 퇴직
분재전문가로 화려한 변신

  • 웹출고시간2016.02.18 18:09:45
  • 최종수정2016.02.21 14:00:27
[충북일보=충주] 38년동안 각종 사건사고의 사체처리와 부검 등 험한 일을 해오던 경찰 감식반장이 퇴직후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다루는 분재전문가로 변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어 화제다.
충주시 금릉동 시청앞 대로변에서 작은 분재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인홍(64)신화분재농원 사장이 그 주인공.

사장이란 표현이 조금은 어색한 유 씨는 사실 38년동안 분재점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해왔다.

청주가 고향인 유씨는 청주농고를 졸업하고 지난1973년 전투경찰에 입대, 3년의 병역을 마치고 1976년 경찰임용시험에 합격해 충주경찰서로 발령을 받아 2014년 금가파출소장으로 퇴직할때까지 38년간 경찰공무원으로 일했다.

처음 경찰 생활을 시작했을때는 의욕이 넘쳐 업무실적 1,2위를 다툴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러다 감식반에 들어가 지난1988년 충북도 대표로 미국 CSI에 연수를 다녀온후부터 26년간 감식반에서 근무를 해왔다.
당시 충주경찰서 관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는 그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수사든 뭐든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밤낮 없이 사건사고 현장에는 그가 있었고, 그가 현장 감식을 통해 지문채취나 사체 감식을 마쳐야 사건의 윤곽이 잡히고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돼 범인 검거나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

그가 26년간 살인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처리한 사체만 무려 3천800여구에 달하고 부검도 400여건, 사망자 신원확인이 200여건에 달한다고 했다.

따라서 별별 사건사고가 무수히 많지만 그가운데 1994년10월24일 단양 충주호에서 일어나 유람선 화재사고를 잊을수가 없다고한다.

29명의 사장자와 1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는데, 익사체도 있었으나 상당수 선체 내부에서 불에타 숨진 사체가 훼손이 심해 열악한 감식장비와 감식기법으로 신원확인에 애를 먹었다.

그는 영안실에서 1주일동안 먹고자며 신원확인 작업에 나서 사망자 29구중 27구의 신원을 확인하고 도저히 확인이 안되는 2구는 일본으로 보내 2년후 신원확인을 완료했다고 한다.

당시만해도 DNA검사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아 순전히 비과학적(?)으로 치아 상태나 대퇴부 상태,옷, 특이한 신체적 특징 등을 기반으로 신원확인을 해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또 사건 현장에 나가 사체를 검사해 사인을 밝혀내고 족적이나 지문,혈흔 등을 통해 범인을 특정해 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는 "돌발적인 사건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주변 인물에 의해 일어난다"며 "따라서 현장에 출동해 사소한 것이라도 수거해 보존처리하는 것이 사건해결을 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고 그동안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또 "해결될 사건은 보통 10일이내에 윤곽이 나타나지만 15일이 넘으면 대부분 장기회되는 경향이 있다"고 의미있는 말을 했다.

기억에 남는 사건중에 공소시효 45일을 남겨 놓고 살인범을 검거한 사례를 들었다.

2001년 충주시 대봉교 인근 주막에서 50대 여주인을 강간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사건인데, 술상 밑에서 지문3개를 채취해 서울 감식본부로 보내 분석을 의뢰했는데도 '식별불가' 통보를 받았다는 것.

이렇다할 단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유일한 단서인 지문이 식별불가 통보를 받았으니 난감한 상황이었다고 한다.결국 미제사건으로 처리돼 사건이 묻혀져 가고 있었지만 유 반장은 매년 사건일이 되면 지문감식을 다시 보내는 집념을 발휘, 10년만에 범인을 특정해 냈다.

즉시 범인 거주지에 형사대를 급파해 검거에 나섰지만 10년전 승복을 입고 한번 다녀간 뒤 나타난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허탈했다.그러나 그가 누구인가? 계룡산 암자를 다 뒤져 15일만에 범인을 검거해 냈다.

검거당시 범인이 "내가 범인인 것을 어떻게 알고, 또 여기를 어떻게 찾아 냈느냐 "며 놀라워 하면서 "10여년동안 숨어사느라고 가슴이 조마조마 했는데 이제 속이 후련하다 "고 순순히 자백하더란다.결국 범인은 무기징역형을 받고 죄값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당시 피해자에게 2자녀가 있었는데 고참 형사들이 주머니를털어 쌀이며 연탄을 사주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한다.

아쉬운 사건은 1988년 발생한 오모씨 살인 사건이다.인천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던 오씨가 승용차로 괴산을 왔는데, 경찰복장을 한 범인 2명이 검문을 한뒤 납치해 목졸라 숨진 사체가 충주에서 발견된 사건이란다.수백명의 경찰인력이 동원돼 사건을 해결하려 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수사 기법이나 장비 등이 많이 개선되고 감식 기법도 DNA검식 등 과학적으로 발전돼 사건해결에 도움이 커 다행 "이라며 "시간이 걸려 그렇지 범인은 언젠가는 잡힌다"고 나름의 철학을 토로했다.

이런그가 어떻게 꽃과 나무 등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분재전문가로 변신했을까?

"경찰 퇴직 1년을 남겨 놓고 '앞으로 뭘하고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경찰 생활하면서 자녀 셋을 공부시키느라고 돈을 모으지는 못했고 그렇다고 뚜렷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래서 퇴직자 교육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강의를 들었다. 한때 충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영농기술교육에 참여, 사과와 복숭아 재배교육을 받았다.과수원을 해볼 생각이었다.

퇴직하자마자 시내에 있는 집을 팔고 자녀 공부시키느라고 진 대출금을 갚고 동량면으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한 지인이 지금의 분재가게 터(당시 공터)를 얘기하면서 '분재점을 해보는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농고시절 어깨넘어 경험도 있고 임대료도 싸 다짜고짜 6천만원을 갖고 비닐하우스부터 짓고 분재점을 냈다.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한 꼴이다.

현재 동·서양란과 야생화, 소나무, 철쭉,매화 등의 분재가 5만원짜리부터 350만원짜리까지 무려 500여개가 유사장의 손길을 받아 잘 크고 있다.

한때는 식물의 특성을 몰라 관리를 못해 죽이기도 했지만 뒤늦게 공부해 분재관리사 1급 자격증도 땄다.다행히 평소 인간관계를 잘한 덕에 관공서 인사때나 각종 행사때 팔아줘 비용충당과 용돈 정도는 벌고 있다.

유사장은 뒤늦게 찾은 지금의 분재점 운영과 농부의 삶이 참 좋다.

수십년을 험한 모습을 보며 일해왔기 때문인지 계절마다 아름다운 자태로 꽃을 피우는 분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철마다 피는 꽃을 보면 나쁜 마음이 안든다 "는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건강하고 편안하게 사는 것이 희망이자 계획 "이라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충주 / 김주철기자 kimjc56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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