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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이 열이다" 고당 이명숙 시조명창

20여년째 청주 무심천변 '도원일식' 경영하며 배움
충북 무형문화재 26호 보유자… 이상래 선생의 '전수조교'
"손님에 정성을 다한 음식내는 마음과 관객들에게 시조창 들려주는 마음 비슷"

  • 웹출고시간2015.07.23 18:49:12
  • 최종수정2015.07.23 20:45:49
[충북일보] 오래된 음식점들이 수없이 명멸(明滅)했지만, 97년 청주 무심천 변에 문을 연 '도원일식'은 벌써 20년 가까이 전통일식집의 명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장인정신 없이 그렇게 오랫동안 전통을 이어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25일 저녁 7시, 청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리는 '물소리, 바람소리'란 주제의 제2회 석암제 시조창 발표회의 주인공이 바로 '도원일식' 이명숙 대표라는 사실은 신선했다. 더욱이 그녀는 충북 무형문화재 26호 보유자인 이상래 선생의 '전수조교(수제자)'였다.

도원일식 이명숙 대표

"손님에게 정성을 다한 음식을 내는 마음과 관객들에게 시조창을 들려주는 마음은 비슷합니다. 20년 가까이 청주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면서 맺은 소중한 인연은 제 삶의 보물입니다. 그 시절에 맺은 귀한 인연 중 하나가 바로 시조창(時調唱)입니다."

30대 후반이던 2003년 처음 만난 시조창은 오직 사업에만 몰두하던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주었다. 시조에 가락을 얹어 고저장단을 어우르니 입안에 맴돌던 의미가 녹아내려 가슴을 적셨다. 선인들의 절절한 사랑과 자연 그리고 삶의 정수가 담긴 시조를 노래하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며 한결 여유가 생겼다. 충신 정몽주와 세조 이방원이 주고받은 시조창에서는 굴기가 서고, 서경덕과 황진이가 나눈 시조창에는 애틋한 사랑이 바람처럼 일어 가슴을 두드렸다. 시와 거문고에 능했던 이매창이 대쪽 같은 선비 유희경과 나눈 애절한 사랑을 시조창에 담으니 금방 눈앞에 펼쳐진 듯 생생하다.

고당 이명숙 시조명창은 "가슴에 시조를 담고 노래로 풀어내면 마음이 절절해진다."며"이매창이 그리워한 마음의 자락이 세월을 거슬러 올라 다시 꽃처럼 핀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시조창에서 옛사람들은 오늘로 다시 태어나 매번 영생의 사랑을 나눈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고당 이명숙이 펼쳐낸 시조창들은 800년이 넘는 시간이 농축된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3장 6구체 시조창은 정제된 형식미와 유장함, 절제의 미학, 창법의 장중함을 담은 선비의 노래이며, 정통 정악(正樂)인 것이다. 그녀는 시조창을 통해 또 다른 삶의 선순환을 제2의 고향 청주에 풀어놓는다.

"강원도 정선에서 시집을 와 삶을 일궜어요. 청주는 이제 저의 고향이나 다름없습니다. 양로원을 찾아가 시조창으로 어르신들의 시름을 달래드립니다. 제가 그동안 받았던 따뜻한 마음을 품었다, 다시 돌려드리려 합니다."

2013년 난계국악제 시조부문에서 이 명창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소리고을' 창단멤버로 활약하면서 양로원 순회 재능봉사도 쉬지 않고 이어왔다. 이뿐이 아니다. 6년째 BBS 충북흥덕지회 부회장을 맡아 어려운 결손가정아이들을 말없이 도와왔다. 또한 현재 대한시조협회 청주지회장으로서 시조창 보급에도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이 명창의 사업철학은 간결하지만, 깊다.

"한 분이 열이다."

'한 명의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면 결국 열 명의 고객이 된다.'는 의미다.

이 명창이 세상을 향해 펼쳐낸 마음 한 조각은 세상살이 고달픈 이들의 마음에 위안과 희망의 자락으로 두텁게 깔리고 있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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