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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청주공장 이광호씨 "불가능은 없다"

고졸 생산직 입사… 20년 만에 '박사' 취득
"고졸 후배들에게 희망 되고파… 도전 계속"

  • 웹출고시간2015.03.19 19:37:22
  • 최종수정2015.03.19 19:37:32
나는 '고졸'이었다. 시쳇말로 가방끈이 짧았다. 공부를 못해서는 아니었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시골에서 자그마한 노점상을 하던 부모님에게 대학을 보내달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난 전자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졸업 후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가방끈이 짧았던 나에게 허용된 직업은 공장 생산직 밖에 없었다. 불평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밤낮 없이 전자레인지 부품을 만들고, 반도체 설비에 기름칠을 했다.

입사 7년차 쯤 접어들었을 때, 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외국어로 된 설비 매뉴얼만 펼치면 까막눈이 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낮에 일할 땐 밤에 공부를 했고, 밤에 일할 땐 낮에 학교를 다녔다.

입사 20년 차. 시간은 책장과 함께 흘러갔다. 어느덧 난 학사·석사를 넘어 모두가 부러워하는 '박사'가 돼 있었다. 난 도전했고, 불가능은 없었다.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이광호(41, NAND PKG1팀) 기장.

고졸 생산직으로 공장에 들어와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적어도 이 업계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인물이다. 여느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밤낮 현장에서 교대 근무를 하는 공장 안을 들여다본다면 그의 피땀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전국 하이닉스 반도체공장 1만2천여 생산직 직원 중에 유일한 박사 취득자라고 하니 그의 노력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고졸이라고 못할 거 없잖아요. 또 나이가 들었다고 못할 거 없잖아요. 전 부족했고, 그 부족함은 간절함으로 이어졌습니다. 간절함이 독함으로 변할 때쯤 어느새 제 손에 박사 학위가 쥐어져 있더라고요. 비결이요? 저는 그저 도전했을 뿐입니다."

경북 김천 출신의 이 기장은 생계곤란으로 인문계 진학을 포기하고 구미전자공고를 다녔다고 한다. 졸업 후 곧바로 삼성전자 수원공장에 취직한 그는 전자레인지 만드는 일을 했다. 1996년 군 복무를 마치고 당시 청주LG반도체로 오게 됐는데, 역시나 생산직 일이 주어졌다. 고졸이란 꼬리표는 늘 그를 따라다녔다.

"현장 말단사원이었죠 뭐. 반도체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일이었는데, 도대체 매뉴얼(안내 책자)을 읽을 수가 있어야 말이죠. 당시 반도체 설비는 거의 일본 제품이라 매뉴얼도 일본어로만 쓰여 있었어요. 누구한테 물어보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오기가 발동했다. 2002년 충청대 일어통역과에 입학했다. 밤낮 교대근무를 하며 일주일에 12과목을 수강했다. 암기력은 예전만 못해도 열정과 끈기만큼은 자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장학생으로 졸업한 뒤 대전 한밭대 일본어과에 편입했다. 이곳에서 학사를 땄고,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창업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장 근무를 벗어나 경영적 측면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로 살 순 없지 않은가.

2009년 충북대 경영대학원 박사 과정에 돌입한 그는 올해 2월24일 생산관리분야 박사 학위증을 손에 쥐었다. 고졸이란 꼬리표를 떼고 박사 학위복을 입게 되기까진 꼬박 20년이 걸렸다.

"이제는 '품질명장'과 '현장직 최초 박사'라는 꽤 걸출한 타이틀을 갖게 됐네요. 그 원동력을 묻는다면 전 '도전'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모르는 것에 다가가는 호기심,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적극성, 몇 번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끈기…. 이 모든 걸 품고 있는 단어가 '도전' 아닐까요?"

그는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나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고. 아니, 계속돼야 한다고. 나를 바라보고 희망을 품는 수많은 고졸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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