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2.01.26 16:09:44
  • 최종수정2022.01.26 16:09:44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으로 '범바위'가 있다.

우리 충북에서 범바위라는 지명의 대표적인 곳으로 충주의 호암동(虎岩洞)을 들 수가 있다. 인근에 있는 남산(일명 금봉산)에 우뚝 서 있는 바위가 있었는데 옛날 산신령으로 추앙받던 호랑이가 오르내리며 사천개(부근의 옛 이름)를 돌보던 파수대 같은 곳이라 하여 범바위라 했다고 전해지기도 하고 옛날 어느 선비가 이웃 마을 직동에서 내려오던 중 관음사 옆 큰 바위에 호랑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범바위'라고 불렀다고 하며 한자로 '호암(虎岩)'이라 표기하게 됐던 것이다.

지금은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청주시 상당구 명암약수터가 있는 명암동에도 '범바위골(虎岩谷), 범밭골(虎田谷)'이라 불리는 지명이 있었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숲이 울창해 밤낮으로 호랑이와 늑대가 출몰했고 큰 바위에 호랑이가 올라 앉아 있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전설에는 시집간 딸이 병을 앓자 범밭골에서 맑은 공기와 물을 마시면서 요양하면 좋다는 스님의 말을 듣고 범밭골에 100일 동안 먹을 양식과 함께 두고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왔다. 한 달이 지나서 움막을 찾아가니 죽은 줄 알았던 딸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목이 말라 물을 찾으러 다니다가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물맛이 아주 좋아서 매일 먹다보니 차츰 몸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신기한 약효가 있는 이 약수는 '명암약수'라 하여 널리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옛날에는 우리나라에 호랑이가 매우 많았고,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가 주변에 출몰해 자주 호환을 당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이처럼 호랑이가 생활 주변에 많이 존재했기에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들은 호랑이의 잦은 출몰이나 호랑이와 연관된 전설, 또는 호랑이 형상의 어떤 물체가 존재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범바위'라는 지명은 '범'자가 붙은 지명이지만 다른 지명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범바위'는 서울 남산의 범바위와 인왕산의 범바위를 비롯해 전국에 널리 분포돼 있다. 바위가 호랑이 모양인 데서 유래된 이름도 있지만 호랑이 형상으로 이렇게 많은 지역에 지명으로 생겨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강원도 속초의 속초팔경 중 제2경으로 영랑호 최고의 명소인 범바위도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오기는 하지만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아야 범의 형상이 나오는지를 지역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아 유사한 형상의 물체가 아니라 유사한 음에서 변이된 것으로 추정할 수가 있다.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범바위는 효자 전설에 의하여 만들어진 '효암(孝巖)'이 '호암(虎巖)'으로 불리면서 '범바위'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아마도 효자 전설은 부엉바위를 한자로 표기한 '효암(梟巖)'을 '효암(孝巖)'으로 잘못 알고 만들어진 전설로 생각된다. 즉 원래는 '범바위'였는데 범과의 연관성이 적다보니 '벙바위, 부엉이바위'로 불리게 되었기 때문에 한자로 '효암(梟巖)'이라 표기하면서 '효암(孝巖)'으로 잘못 전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효(孝)와 관련된 '효암(孝巖)'의 전설이 만들어지는 것이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지 않은가?

범바위라고 불리는 바위나 지명의 지형을 살펴보니 한결같이 산봉우리이거나 산의 높은 곳에 솟아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을 볼 때 범바위의 '범'이란 처음에는 '호랑이'라는 의미의 '범'이 아니라 '벋은(뻗어 오른)'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그렇다면 범바위는 '범'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유사한 말이 호랑이를 연상해 '범'으로 변이된 것으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봉황골(鳳凰)' 이란 지명이 보은군 내북면 봉황리를 비롯하여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추정리와 충주시 중앙탑면 가흥리에도 있다. 봉황이란 상상의 새이면서 임금의 권위와 상서로움의 상징인데 어떻게 해서 지명으로 쓰이게 되었는지 참으로 궁금했는데 바로 범바위에서 단서를 얻게 됐다.

'산에 높이 벋은(뻗어 오른, 솟아 있는) 바위'를 가리켜 '벋바위'라 했는데 이 '벋바우'가 '벌바위' '범바위'로 변이되고 '범바위'는 '벙바위'로 불리다보니 소리가 유사한 '부엉이바위'로 변이되기도 했지만 '벙바위'는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음차해 '봉암'이 되고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의 '벌바위'처럼 의차해 '봉암(蜂岩)'이 됐는데 이 '봉암'이 상서로운 의미의 '봉황'으로 변이됐다는 것을 '부엉이바위, 봉암, 봉황'이라는 지명이 혼용되는 지역에서 확인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