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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9.25 15:06:58
  • 최종수정2024.09.25 15:07:0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옛 기록에 의하면 청주에서 남으로의 대표적 길로 '무농정 양남대로(務農亭兩南大路)'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무농정양남대로는 글자 그대로 무농정 인근에서 두 갈래로 갈리는데 하나는 피반령을 넘어 회인으로 연결되는 길이요, 또 하나는 낙가산 자락의 작은미(小尾峙 : 중고개)와 선도산의 큰미재(尾峴峙), 국사봉의 살티재(三日峙)를 넘어 보은으로 통하는 길이다. 영남 지역에서 한양을 가기 위해서는 조령, 죽령을 넘어가거나 아니면 추풍령을 넘어 보은을 거쳐 이 길을 많이 이용하였고, 청주에서 상주나 보은지역과의 왕래에도 이 두 개의 길을 이용하였다.

특히 낙가산과 선도산을 넘는 길은 낭성과 가덕, 미원 지역의 산지에서 벌목한 나무와 숯가마에서 구워낸 숯을 파는 나무꾼들이 많이 이용하던 길이었다고 한다. 이 길을 자주 이용하던 사람들은 낙가산을 넘으면서 선도산보다는 작은 산이기에 작은미재(작은 뫼재 - 작은 산고개)라 했는데 한자로 '소미치(小尾峙)'로 표기하였고, 선도산은 낙가산보다 큰 산이고 고개도 큰 고개이기에 큰뫼재(큰미재)라 불렀으며 한자로는 '미현치(尾峴峙)'로 표기하여 지도에 기록되었다.

오늘날 회인과 연결되는 피반령은 신작로가 건설되면서 옛길의 원형이 많이 변형되어 옛 고개의 흔적이 사라졌으며, 보은으로 통하는 작은미재 역시 청주 동남 지구 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서 옛 고개의 흔적은 없어졌지만 '중고개로'라는 도로명으로 이름만 살아남았다. 이 '작은미재(小尾峙)'를 왜 중고개라 부르게 되었을까· 주민들에 의하면 보살사의 중들이 이 고개를 넘어 다녀서 중고개라 하였다고 전해지지만 큰미재가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홈고개(홍고개)인데 비하여 이 고개는 작은 산을 넘기에 능선을 따라 넘는 잣고개(장고개)라 부르다가 중고개로 변이된 것으로 추정이 된다.

큰미재(尾峴峙)는 수레가 넘을 수 있을 정도로 넓고 큰 고개였으며 나무꾼들이 이 고개를 넘어 청주 무성둑 나무전(현 효성병원 앞 둑)에 가서 나무와 숯을 팔았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 청주상당경찰서 인근에서 가덕면 황청리, 한계리를 연결하는 새 포장도로가 완공됨으로써 옛 고개의 원형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도로 개설로 차량 통행은 편리해졌지만 옛날의 지형과 옛 정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아쉽기만 하다.

청주읍성으로 들어오는 옛 고개에는 북으로는 수름재, 방고개, 서로는 화청령(모충동의 배고개), 남으로는 양남대로의 피반령, 큰미재, 작은 미재, 살티(삼일치) 등이 있었는데, 이 중 옛길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은 살티(삼일치)가 유일할 것이다. 일제 시대에 청주-미원-보은간 신작로가 건설된 이후에는 이용되지 않았고, 청주 도심에서 치우쳐 있어서 도시 개발이 미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나 할까· 삼일치는 옛날에 청주에서 보은 상주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갯길 두 곳 중 하나였으며 고개가 길고 험하여 삼일을 넘는다 하여 사흘티라고 부르다가 한자로 삼일치로 기록되었다고 전해지는 등 옛 선인들의 애환이 서린 고개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명은 민간어원설로 추정이 되며 주민들은 '살티'라 부르고 있고 살티의 고개 아래에 있는 마을 이름도 '살티'로 불린다. '살티'라는 지명은 '살'을 화살의 의미로 해석하여 화살같이 좁고 긴 고개라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다른 지역의 지명에서와 마찬가지로 '살'은 '사이'의 의미로서 국사봉이라는 높은 산에서 두 산줄기 사이의 가장 낮은 안부를 넘는 고개이기에 '사이 고개'라는 의미로 '살티'가 된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하겠다.

살티마을(추정1리)의 하천을 따라 올라가 살티고개가 시작되는 곳에 이르면 하천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고개길을 따라 이어지므로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에서 살티를 적현(홍고개, 홈고개)이라 표기한 것이며, 또 한 줄기는 남쪽으로 된내기라 불리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 근래에 관광지로 알려진 메밀밭을 적시며 흘러내리고 있다. 이제 무농정 양남대로의 하나로 온전히 옛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살티를 복원하여 이 길을 넘던 조상들의 정취를 되살리고 주막거리도 복원하며 신라 진흥왕 때 우륵이 불렀던 역사 깊은 노동요인 '산판소리'의 계승과, 꿀벌 축제 등의 복원과 함께 무심천의 발원지로서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리는 한편 메밀밭 관광지와 연계한 개발로 청주 시민은 물론 전 국민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로 만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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