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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4.23 13:33:43
  • 최종수정2025.04.23 13:33:42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아언각비(雅言覺非)>란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1762-1836)이 1819년에 저술한 유서(類書)로서 '바른 말로 그릇된 언어를 깨닫게 한다(雅言覺非)'는 의미로 책의 이름을 지은 것처럼 국민의 언어, 문자 생활을 바로잡기 위하여 당시에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던 말과 글 가운데서 잘못 쓰이고 있는 것을 골라 문헌을 상세히 검토하여 그 참뜻과 어원을 밝히고, 아울러 용례를 들어 합리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당시에 쓰이던 방대한 양의 어휘에 대하여 각각 풀이를 달고 올바른 용법을 제시하고 있어 당대 국어 어휘 연구에 매우 중대한 자료이다.

그 내용은 자연, 풍속, 인사(人事), 제도(制度), 관직(官職), 식물(植物), 동물(動物), 의관(衣冠), 음식(飮食), 주거(住居), 도구(道具), 식기(食器) 등에 관계되는 것으로 해당 어휘들 중 한자어의 용법이 달라지거나 한자어가 지시하는 대상이 달라진 것을 지적했고, 한자어가 수용되는 과정에서 원뜻이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경우들도 밝혔다.

특히 동음이의어와 이자동훈(異字同訓)의 존재, 차용 과정에서 중국에서 사용되던 원래의 한자와 달라진 경우들도 지적하였으며 단어의 어원과 용법을 밝히면서 그와 관련된 풍습, 예법, 제도에 대해서도 해박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어, 비단 국어학, 한문학, 사학, 민속학, 국문학 등 여러 방면에 걸친 귀중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지명 연구에 있어서 지명의 올바른 유래를 밝히는 데에도 귀중한 자료인 것이다.

언어는 규칙적으로 변화하기보다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편리성, 활용성 등 여러 가지 원인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다양하게 변화하게 되므로 어원을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 땅의 이름인 지명도 언어 변화에 따라 변화하지만 지명은 언어의 변화보다도 더 많은 원인에 의하여 다양하게 변화하게 되므로 바른 유래를 밝히는 일은 언어의 어원을 밝히는 작업보다도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지명은 당시에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언어는 시대에 따라 의미와 소리가 변하지만 지명은 언어의 변화에 따라 바뀌지 않고 그대로 사용되다 보니 후대에는 그 의미를 알 수 없게 되어 유사한 음을 가진 다른 말의 의미로 와전되거나 소리마저 바뀌게 된다. 더욱이 지명의 한자 표기 과정에서 소리와 의미를 한자로 표기하는 이두식 표기와 한자식 표기가 혼용되면서 원래의 지명의 소리와 의미가 변화하게 된다.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언어유희와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더 좋은 의미의 글자, 더 좋은 소리를 가진 언어로 바꾸는 과정은 한 편의 소설을 쓰는 것과 같아서 지명에 얽힌 유래와 전설은 우리 선조들의 문학적 산물이며 당시 사람들의 사상과 감정, 꿈과 이상이 농축된 귀한 문화 유산인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변화가 원래의 의미와 소리가 너무 달라진 지명의 바른 어원과 유래를 찾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변화의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지명의 바른 유래를 찾아가는 디딤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지명을 한자로 표기하기 위해 순우리말을 한자화하면서 보다 아름다운 이름. 후손들에게 더 교훈적인 이름을 남겨주기 위해 고민하던 조상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라 미소를 짓다가도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언어는 편리성과 실용성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변화해 가지만 지명은 그 시대를 살아가던 우리 선조들의 삶의 모습과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고통과 번뇌, 국내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와 유난히 잦았던 외침에 의한 전쟁의 참상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마치 역사책처럼 기록되어 있다.

지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이렇게 중요한 지명들이 잊혀지고 사라지기 전에 연구, 정리, 보존하는 일이 시급함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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