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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3.12 15:23:01
  • 최종수정2025.03.12 15:23:01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문산리의 문의 문화재단지 아래 넓은 땅을 불당골이라 부르고 있다. 불당골이라는 지명은 청주시에 상당구 낭성면 지산리,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상당구 문의면 마구리, 상당구 미원면 기암리, 상당구 미원면 쌍이리, 상당구 가덕면 청용리, 청원구 내수읍 국동리 등지에 있으며 과산군에도 소수면 수리, 연풍면 주진리, 청안면 금신리, 괴산읍 검승리, 칠성면 태성리, 장연면 조곡리 등지에 있는 등 충북에만 해도 50여 곳에 이르고 전국적으로는 1000여 곳에 이를 정도로 많이 분포되어 있다.

불당골이라는 지명으로 불리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불당'이라는 말을 '부처를 모셔 놓은 대청이나 집'을 가리키는 불당(佛堂)으로 해석하여 '옛날에 절이 있던 곳'이라는 지명 유래가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고려시대에 아무리 불교가 성했었다고 해도 골짜기마다 절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도저히 절이 있을 수 없는 지형이 많다. 더욱이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에, 사람들의 접근이 쉬운 곳에 있다가 조선시대에 조정에서 억불 정책을 쓰면서 점차 민가에서 떨어진 곳으로 옮겨 갔다고 하지 않는가·

이처럼 지명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불당'이란 지형의 형태를 가리키는 말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던 일상적인 말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지명에서 많이 쓰이는 지명요소로서 지형의 형태를 수식하는 말에는 '길다, 높다, 넓다, 솟다, 낡다(내려가다), 갈라지다' 붓다, 깊다' 등을 들 수가 있는데 '불당'의 '불'은 '붓'에서 온 말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불당골'과 유사한 음을 가진 지명에 '붓당골'이라는 지명이 있다.

'붓당골'이라는 지명도 충북지역에 충주시 소태면 야동리 충주시 주덕읍 덕련리 영동군 양산면 봉곡리 등지에 분포되어 있는데 '부처당'으로 해석하여 '불당(佛堂)'과 같은 의미로 보아 '옛날에 절이 있던 곳'이라는 지명 유래가 전해진다.

'불당, 붓당'에서 '당'이라는 지명요소가 '땅이나 장소'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라면 '붓과 불'은 같은 어원을 지닌 말로 '붓'에서 '불'로 변이된 곳으로 보인다. 그래서 '붓'이라는 지명요소가 단독으로 쓰인 지명을 찾아보니 '붓골'이라는 지명이 보은군 마로면 오천리를 비롯하여 충남 당진시 송악읍 전대리, 충남 당진시 송악읍 금곡리,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단석리, 경북 김천시 남면 송곡리, 전남 장성군 장성읍 안평리, 경북 영천시 임고면 금대리, 포항시 북구 죽장면 감곡리 등에 있다.

서울특별시 중구에 필동(筆洞)이 있는데 사람들이 부르던 지명인 '붓골'을 한자 筆(붓 필)과 洞(골 동)을 써서 표기했던 것이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아예 필동으로 불리게 됐다. 그런데 필동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하여 '이 마을에 조선시대 한성부 5부 중 하나인 남부의 부청이 있어 部洞이라 하였는데, 부동을 붓동으로 읽으면서 붓골이라고 칭하게 되어, 이를 한자명으로 '필동(筆洞)'으로 표기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설명으로 보인다. 필동의 원래 이름이 붓골이고, 그것의 한자 표기에 筆(붓 필)이 들어가니 누구든 먹물을 묻혀 글씨를 쓰는 붓과 관련된 유래가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붓'은 글씨를 쓰는 붓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땅의 가운데가 솟아서 불룩하게 언덕이 진 곳'을 '둔덕'이라 하는데 땅의 형세를 가리키는 말이므로 지명에 많이 쓰이고 있다. '둔덕'이라는 순우리말이 지명에서 '둔디기'라고도 쓰이고 한자로'돈대(墩臺)'라 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둔덕, 돈대'라는 말과 유사한 의미를 가진 말에 '붓'과 '북'이 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붓'이란 '돈대(墩臺)'의 비표준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북'은 흙으로 식물의 뿌리를 덮어서 두렁을 높여주는 것을 의미하며 농사를 지을 때 '북을 주다'라는 말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붓골'이란 '둔덕'처럼 주변보다 높은 땅에 있는 골짜기나 마을을 가리키는 말로서 땅이나 장소를 가리키는 '당'이라는 말과 어울려 '붓당골'이 되고 '붓당골'이 '불당골'로 변이된 것으로 추정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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