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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3.27 17:46:53
  • 최종수정2024.03.27 17:46:5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음성의 진산이라고 할 수 있는 가섭산은 한자로 '迦葉山(가엽산)'으로 표기하면서 '가섭산'이라 부르고 있어 처음에는 매우 의아했었다.

부처님의 제자인 '마하가섭'의 이름을 따서 가섭사의 이름을 짓고 가섭사라는 절이 있는 산이라 하여 가섭산이라 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지명의 유래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인도에 있는 가섭이 이곳을 다녀갔을 리도 없고 가섭이 이곳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므로 아무리 생각해도 가섭과의 연관성을 발견하기가 어려워 절의 이름을 짓는 일반적 과정을 생각해 보았다.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오면서 각지에 절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절의 이름을 지을 때 아무 근거도 없이 이름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절의 이름에는 위치적 정보가 가장 중요하기에 절이 지어진 지역에 전해지는 자연 지명을 근거로 하되 유사한 음의 불교 용어를 사용하여 절의 이름을 짓거나 아니면 절이 위치한 산의 이름을 자연 지명을 근거로 하여 유사한 음의 한자로 표기하고 절의 이름은 불교 용어로 지어 '○○山 ○○寺'라 부름으로써 위치 정보를 표기하곤 하였다.

예를 들면 속리산(俗離山)에는 순우리말 지명인 '수리산(높은 큰 산)'이라는 지명이 원래 존재해 왔는데 '수리산'을 중국 발음으로 하여 한자로 표기하면 '俗離山'이 되고 또 그 의미도 '속세를 떠난다'는 불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불법을 배우기 위해 중국을 오가던 승려들이 자연스럽게 '俗離山'으로 표기하고 우리말 발음으로는 '속리산'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절의 이름은 불교적 의미를 지닌 '법주사(法住寺)'로 하면서 '속리산 법주사'라 하여 위치를 알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음성읍에 있는 가섭산은 원래의 산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안타깝게도 전해지지 않는다. 전국의 지명에서 '가섭'이라는 순우리말 자연지명을 찾아보니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의 용문산 정상이 가섭봉이며, 경북 문경시 호계면 호계리의 '가섭',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하림리의 '가섭', 경기도 아산시 실옥동의 '가섭이들'처럼 여러 지역에서 발견할 수가 있었다. 따라서 음성의 가섭산도 주변에 '가섭 마을' 또는 '가섭들'이라는 지명이 존재했기에 산의 이름이 '가섭산이 되었을 것이며, 이곳에 세운 절의 이름을 지을 때 부처님의 수제자이며 염화시중의 미소의 주인공인 '가섭'과 이곳에 전해오는 자연지명의 발음이 유사하기에 '가섭사'를 절의 이름으로 하다 보니 산의 이름과 절의 이름에 '가섭'을 사용함으로써 산의 이름과 절의 이름이 같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순우리말 지명에 쓰인 '가섭'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가섭'이란 고어에서 '갓+섣'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여기에서 '갓'은 '가슴, 몸'을 의미하는 고어로써 여자의 몸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여자를 '가시나, 가시내'라고 하게 되었고 '가시버시'는 아내와 남편을 의미를 나타내는 등 '가시'는 여자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섣'이라는 고어는 '땅, 토지'를 뜻하는 말로 '섣-설-설엄-서엄-섬'과 같이 변이되었으며 지명에서 마을 이름으로 흔히 쓰이는 '-실'이라는 지명 요소도 같은 어원에서 나온 말로 볼 수가 있다.

'여자의 땅'이란 곧 '어머니의 땅'이요 '어머니와 같이 곡식을 길러 먹여 살리는 땅'의 의미이며 성경에서 말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그래서 경기도 아산시 실옥동의 '가섭이들'은 '농사가 잘 되는 옥토'의 의미를 가진 말로 추정되며 경북 문경시 호계면 호계리와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하림리의 '가섭'이란 지명은 '농사가 잘되는 땅, 어머니의 품처럼 살기 좋은 포근한 땅'의 의미로 지어진 이름들로 본다면 지명 명명의 유연성으로 보아 매우 설득력이 있다.

이렇게 볼 때 가섭산 아래 어느 지역에 '가섭'이라 불리는 지명이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가섭산의 북쪽 줄기인 충주시 신니면 원평리에는 가엽산이라는 지명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가섭산 남쪽에 가섭 마을이 있었다면 지형으로 보아 용추구레골이거나 아니면 전원마을로 개발된 도화마을 주변일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더 늦기 전에 주민들에게 전해오는 민담, 유래를 채집하여 가섭들 또는 가섭마을을 찾아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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