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들을 보면 '범골, 범말, 범실, 범바위, 범밭골, 범고개'처럼 호랑이를 뜻하는 순우리말인 '범'자가 쓰이거나, 아니면 '호골, 호동, 호암, 호무골, 호미곶, 호구포, 각호산' 등에서처럼 한자어 '호(虎)'자가 쓰인 것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호계동은 일제강점기 '조선지형도'에 호계리(虎溪里)라는 한자 명칭과 함께 일본의 가타카나로 범계리라는 발음도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는 '범-'이었을 것이다. 이와같이 원래부터 자연지명이 '범-'이었는데 한자로 표기하면서 '호(虎)-'가 된 지명도 있지만, 한자가 아닌 순우리말로 '호-'자가 쓰인 지명의 경우에는 그 어원을 밝혀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울시 종로구 원남동에 있었던 자연마을인 호동(壺洞)은 모양이 호리병과 같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며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에 있었던 호동(壺洞)도 동네의 모양이 병처럼 생겼으므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들 마을은 호랑이와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지형의 형태가 홈처럼 깊게 파인 모양이라서 '홈골'이 그 뿌리일 것이며 '홈'이 '호'로 변이되다 보니 지형의 특성으로 보아 호리병을 연상하여 한자로 '호동(壺洞)'이라 표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구직할시 남구 대명동의 '야시골(狐谷)'은 몇 개의 톱니바퀴 모양의 골짜기를 형성하고 있다. 약 2백여년 전의 이 일대는 소나무 등이 우거진 울창한 잡목림을 이루어 여우, 늑대 들이 많이 살았고, 최근까지 '긴등골' 이라 불리고 있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의학이 발달하지 못하여, 어린 아기가 태어나면 1년 이내에 죽는 일이 빈번했으므로 인근 마을 사람들이 어린 아이들의 시체를 여기저기에 묻어 애총을 마련했는데 여우들이 이 무덤을 파헤치려고 몰려들어 '야시골(호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또는 이곳에 살던 한 여자 몽유병 환자가 밤만 되면 나타나 무덤 사이를 여우처럼 헤매고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은 밤에 지나가기를 두려워하였고, 이로써 '야시골'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일설도 전해지고 있다.

지명에서 '호'가 단독적인 지명요소로 쓰인 예는 전북 순창군 구림면 성곡리의 '호곡(虎谷)'을 비롯하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 전남 곡성군 고달면 두가리, 전남 순천시 주암면 고산리, 경남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 전남 영광군 백수읍 양성리의 '호곡'을 들 수 있는데 '범골, 범말, 범실'이라는 자연지명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호곡(虎谷)'이 된 곳도 있지만 '범'과 관련이 없이 원래부터 '호골'이었던 지역도 많이 있다. 이러한 '호골'은 아마도 '홈골'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홈골'은 '호미골, 호무골'로 변이되기도 하지만 '홍골'로 변이된 경우에는 '호골'로 변이될 가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호'가 다른 지명요소와 함께 어울려 쓰인 예가 많이 보이는데 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 대곡리의 호장골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약 500여 년 전에 손씨 성을 가진 장군이 부하들과 함께 이곳을 지나게 되었다. 골짜기 한곳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범이 나타나 장군 일행을 가로막았다. 손 장군은 부하들을 피하게 하고 범과 싸움을 벌였는데 새벽이 되어서야 싸우는 소리가 조용해졌다. 가슴을 조이던 부하들이 조심스레 찾아가 보니 장군도 범도 다 죽어 있었다. 부하들은 손 장군을 후히 장사 지내주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이 골짜기를 범과 장군이 싸운 곳이라 하여 호장골(虎將谷) 이라고 불렀다"

이 전설은 호장골이라는 지명이 원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자 호랑이와 관련지은 유래를 지어내고는 '호장골(虎將谷)'이라 표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충주시 노은면 대덕리의 '호장골',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호정리의 '호정골'과 그 뿌리를 같이하는 지명으로 보인다. 즉 산줄기가 뻗어내려와 깊은 골짜기가 생기자 '홈처럼 깊게 파인 잣(산)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홈잣골'이라 부르다가 '홈잣골→홈작골→홍작골→호작골→호장골'등의 변이 과정을 거쳐 '호정골, 호장골'이 생겨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명에서처럼 '호'를 한자 '虎'로 표기하고 호랑이와 연관된 유래와 전설을 만들어낸 것을 보면 호랑이가 우리 조상들의 생활에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였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