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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2.11 15:06:12
  • 최종수정2024.12.11 15:06:12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단양군 가곡면은 한자로 '가곡(佳谷)'이라 표기하며 '아름다운 고을'의 의미를 지닌 아름답고도 훌륭한 지명이다. 본래 가곡면은 영춘군의 지역으로서 가야골의 이름을 따서 가야면(加也面)이라 하였는데 한자 표기를 미화하여 가야면(佳野面)이라 바꾼 것이다. 가야골을 '가야(加也)'로 표기한 것으로 보아 원래의 자연지명은 '갓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갓골이란 산이나 하천의 가장자리에 있는 골짜기나 마을을 가리키는데 하천의 가장자리라면 다른 지역에서 '갯골'로 불리므로 '갓골'은 높은 산의 가장자리로 추정된다. 1914년 행정구역폐합에 따라 가야면(佳野面)과 대곡리(大谷里)의 일부를 병합할 때 합성 지명법에 따라 가야와 대곡의 이름을 따서 가곡면이 되었지만 좋은 이미지를 지닌 아름다운 지명이 만들어진 것이다.

가곡면에는 어의곡리(於衣谷里)라는 행정지명이 있다. 자연지명으로 '엉어실'이라 부르는데 '어의곡'은 아마도 '엉어실'을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보이며 이두식으로 표기하였기에 '어의곡리'를 한자음으로 부르면 아무런 이미지도 없고 그 의미도 짐작하기가 어렵다. 본래 영춘군 대곡면(大谷面)의 지역으로서 큰 골짜기이므로 엉어실이라 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인근에 한곡동(閑谷洞)이라는 지명이 있고 대곡면에 속한 지역이다. 여기에서 '대(大), 한'은 모두 '크다'는 의미이므로 지형적으로 큰 골짜기가 있는 지역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엉어'가 '크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었는지는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엉어실'은 웃엉어실(上衣谷)과 아래엉어실(下衣谷)으로 나누어지는데 웃엉어실은 '웃덩어실'이라 불리고 있다. 여기에서 '엉'이 '덩'이 된 것은 'ŸL엉어실'이 연음되어 '웃덩어실'로 소리가 나는 것일 뿐 '엉어'의 의미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엉어'라는 말이 원래의 고어인지 아니면 음의 변이를 거쳐 만들어진 말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후대에 와서 그 의미를 알 수가 없게 되자 가까이에 남한강이 흐르고 있으므로 비슷한 음을 가진 '잉어'를 연상하게 된 것으로 추정해 볼 수가 있다. '잉어골'이라는 지명이 경북 경산시 남천면 신방리와 전북 정읍시 칠보면 백암리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같이 '엉어실'이 '잉어실'로 변이가 되고 이를 한자로 표기할 때 소리와 의미를 나타내기 위하여 이두식으로 '어의곡(魚衣谷)'이라 표기를 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여기에서 '의(衣)'는 지명에서 '수릿골'을 '차의곡(車衣谷)'이라 표기하는 것처럼 소리의 표기와 어조사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엉어'가 '잉어'로 변이되고 '잉어'는 한자로 '어(魚)'로 대신하게 되면서 어의곡리의 북쪽에 위치한 '어상천면(魚上川面)'의 '어상천(魚上川)'이란 '잉어골(어의곡) 위를 흐르는 냇물'의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어의곡'의 '어'를 '魚'가 아닌 '於'로 표기한 것은 단순히 음의 유사성으로 인하여 '엉어'를 '잉어'로 쓴 것이며 잉어라는 고기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엉어'의 본래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지역에서 오랫동안 엉어실이 영어실이라고도 불리어온 것은 '엉'이 단순히 음이 짧은 '엉'의 소리가 아니라 '이엉'의 소리이기에 '영'으로 표기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이엉'이란 '지붕을 잇기 위하여 볏짚을 엮어 놓은 것'을 의미하는 말로서 초가집은 해마다 '이엉'을 짜서 지붕에 갈아 씌워야 하기에 최근까지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던 말이었다. 오늘날 초가집이 없어지면서 생소한 말이 되었지만 '이엉'이란 '엮어 짜다'의 의미를 가진 순수한 우리말인 것이다. 옛날에 모시를 짤 때에 엮어 짜는 실을 '잉어실'이라 하는 것은 이엉의 역할을 하는 실을 잉어실이라 한 것으로 보이며 일상생할에서 자주 사용되던 말이었다.

지명이 지형의 특성이나 형상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엉어실(영어실, 이엉어실)'과 '잉어실'은 같은 말로서 '두 산줄기의 사이를 이어서 위치한 마을'을 가리키는 의미로 보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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