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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영동군 매곡면에 돈대리(敦大里)가 있는데 '돈대'는 무슨 의미를 가진 말일까?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홍수 피해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에 인공적으로 만든 피수대로서 하천 주변의 범람원이나 삼각주 등에서 하천 범람에 대비하여 주위보다 높고 평평하게 축대를 쌓은 대피 시설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집중 호우가 발생하는데, 이때 지대가 낮은 지역에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돈대를 축조한 것이다. 돈대와 더불어 가옥의 침수를 막기 위해 흙이나 돌로 터를 돋우어 높인 다음 그 위에 터돋움집을 짓기도 했다.

또하나는 돈대(墩臺)는 성곽 시설의 하나이다.

평지에 있는 성에서는 보통 가장 높은 평지에 높게 축조했으며, 해안에 있는 성에서는 적들이 침입하기 쉬운 요충지에 주로 설치했다. 외부는 성곽으로 축조되어 있으나 보통 내부에는 군사 시설이 들어서서 포를 쏘거나 사방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강화도에 검암돈대, 빙현돈대, 철북돈대, 초루돈대 등 53개의 돈대가 있고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하효돈대가 있는데 이들 돈대(墩臺)는 조선 중기 이후 17~18세기에 성곽 시설을 조성하면서 포대를 설치하게 되었고, 조정에서 국가 방위를 위해 설치했으므로 처음부터 한자로 표기할 필요가 있어 '돈대(墩臺)'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연지명에서의 '돈대'는 영동군 매곡면의 돈대리 이외에는 전국의 지명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순우리말로 된 고유어 지명이 전해지다가 행정명으로 쓰이게 되면서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돈대의 의미를 지닌 순우리말 지명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의하면 땅의 가운데가 솟아서 불룩하게 언덕이 진 곳을 둔덕이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언덕은 땅이 비탈진 곳으로, 그것을 둘러싸는 지대보다 높이 솟아 오른 비교적 좁은 곳으로서, 지형 종류의 한 가지이다. 언덕은 평원보다는 고저차가 크고, 산지보다는 고저차가 작은 곳을 가리키나, 산과 구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언덕이 진 곳을 가리키는 말로 구릉, 둔덕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내둔리의 '둔디기'라는 마을은 하천변 둔턱에 있는 마을로서 다락같이 높은 지형에 있는 마을이라 해서 다락말이라고도 부르는데 '둔디기'는 '둔덕'이 그 원형인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지명에서 '둔덕골'을 찾아보면 세종특별시 연기면 수산리의 둔덕골을 비롯해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강원도 인제군 남면 상수내리, 전남 보성군 겸백면 평호리, 전남 영암군 영암읍 한대리 등에 둔덕골이 있으며, 전북 군산시 성산면 둔덕리는 '둔디기'로 불리고 있고, 경북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의 둔덕 마을도 부계면에서 가장 고지대에 있는 마을로 '둔더기, 둔디기, 둔덕(屯德)'이라고 부른다. 그밖에도 전남 여수시의 둔덕동, 경남 거제시의 둔덕면도 '둔덕'에서 비롯된 지명들인 것이다.

또한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에 있는 가시오름에서 서쪽 약 3㎞ 떨어진 영락리 바닷가에 위치한 나지막한 오름을 돈대미라 부른다. 돈도미오름, 돈돌오름이라고도 부르며 한자로는 돈두악(敦頭岳), 돈도악(頓道岳), 돈대산(墩臺山)으로 여러 문헌에 표기되어 있다. 가시오름의 절반 높이에도 못 미치므로 산이라기보다는 구릉, 언덕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돈두미오름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모양이 조금 높직하고 평평하여 돈대를 이루고 있는 데서 '돈대미'라 부르던 것이 '돈대'가 '돈도, 돈두'로 와전되어 '돈도미, 돈두미'가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돈대미의 원래의 이름을 둔덕으로 본다면 '돈두악(敦頭岳), 돈도악(頓道岳)'은 둔덕을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름으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둔덕, 둔디기'라는 순우리말 지명이 오랫동안 쓰여오다가 한자로 표기하면서 '둔덕(屯德), 돈두악(敦頭岳), 돈도악(頓道岳), 돈대(墩臺)'이라는 지명이 생기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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