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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충주시 수안보면 안보리에는 박석고개라 불리는 고개가 있는데 주민들은 이 고개를 돌고개라고도 부른다. 박석고개는 조선시대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영남대로상의 한 지점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과 조선통신사 일행이 왕래하던 길이었다. 사람과 마차가 다니기에 길이 너무 질어 바닥에 돌을 깔고 다니면서 돌고개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곳에 서낭당이 있었는데 도로가 확장 개발되면서 사라졌다가 2015년에 주민들의 뜻에 따라 마을의 액운을 막고 전해내려 오던 풍속을 재현하는 차원에서 현 위치에 복원하였다.

수안보면의 안보리는 대안보 마을에 예전에 안부역이 있어 생겨난 이름이다. 신라 소지왕 때부터 존재했다는 안부역은 공무로 여행하는 자에게 역비와 숙식을 제공하고 관물수송도 담당하였다. 충주에 속한 14개의 역 중에서 안부역은 조선시대에 대마 3필, 기마 6필, 역노 106명, 역비 28명을 두었고 역리가 25명이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매우 규모가 큰 역이었던 같다. 문경에서 조령을 넘어 충주로 가는 도중에 있으며 한양과 영남을 통하는 중요한 길목에 위치하고 있는 역인 것이다.

영동군 가동리에서 남전리로 넘어가는 험한 고갯길에도 박석고개라 불리는 곳이 있었다. 지금은 개발된 농경지를 왕래하기 위하여 신작로처럼 새로 생긴 번듯한 반지레길이 생겨나 박석고개를 이용하지 않게 되면서 길에 풀과 잡목이 우거져 점차 잊혀져가고 있다.

충북 보은에 있는 말티고개의 지명 유래를 보면 고려 태조 왕건이 속리산을 구경오면서 고개를 넘게 되었는데 길이 너무 질어서 넘어가기가 어려우므로 엷은 박석 돌을 깔고서야 말을 타고 넘을 수 있었다고 하여 말티고개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말티고개의 지명 유래에 굳이 박석을 연관지었다는 것은 이 고개의 원 이름이 박석고개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은군 장안면 장재리에 있는 장재저수지가 바로 말티고개 아래에 있는데 이의 다른 이름이 박석저수지인 것이다. 말티고개도 높은 고개라는 의미이고 박석고개도 높은 고개라는 의미인데 말티고개라는 이름은 전국에 큰 고개들의 이름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을 보면 박석고개가 원이름이고 말티고개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높은 고개를 가리키는 일반명사로 쓰이던 말이 그 의미를 잃게 되면서 박석고개라는 이름을 대신하게 된 것으로 짐작이 된다.

  박석고개는 전국에 많이 산재해 있어서 그 어원이 옛날에 일반적으로 지명에 널리 쓰이던 말임을 짐작할 수가 있다. 서울특별시 은평구 불광동의 박석고개를 비롯하여 충남 홍성군 홍동면 신기리,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정금리,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가좌리, 양주시 남면 상수리, 이천시 장록동, 여주시 금사면 이포리, 이천시 마장면 회억리, 연천군 청산면 백의리의 박석고개 들이 있으며 한자로는 공통적으로 '박석(礡石)'으로 표기함으로써 의미로 보아 작은 돌과 연관지어 유래나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러면 박석고개라는 말의 어원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박석(薄石)'이란 '얇고 넓적한 돌'을 말하며 '박석고개(薄石)'란 '땅이 질거나 풍수지리상 지맥을 보호하기 위하여 얇은 돌을 깔아 놓은 고개'라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한자 지명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비슷한 음을 가진 원래의 순우리말로 된 자연 지명이 존재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고개란 인간이 높은 지형을 쉽게 넘어가기 위하여 주변보다 낮은 능선에 위치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물이 항시 스미거나 또는 비가 온 후에 고개를 이용할 때 질어서 곤란을 겪는 일이 많으므로 개울에 다리를 놓듯이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잔돌을 까는 일이 연중행사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따라서 음만 비슷하면 박석과 연관지어 박석고개라는 명칭으로 쉽게 불리게 되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 근거로 다음의 지명을 들 수가 있다. 인천시 구월동에 백석말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백석'이란 '박달'의 다른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오랜 옛날에 흔히 사용하던 '박달'이라는 말에서 '박'이 '백'으로 변이되는 것은 지명에서 그 예가 아주 많이 나타나며, '달'을 음이 비슷한 '돌'과 연관지어 한자로 표기하면 '석(石)이 되는 것이다. 경기도 고양군 일산시에 백석동(白石)과 보은군 산외면의 백석리도 이러한 변이 과정에서 생겨난 이름으로 본다면 박석고개는 결국 '박달재, 박달고개'에서 나온 것으로 '높은 고개'라는 의미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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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