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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1.13 17:06:52
  • 최종수정2021.01.13 17:06:52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2021년 소띠 해가 밝았다.

2020년 한해는 코로나 19로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온 인류가 그야말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왔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가 수시로 우리를 괴롭히더니 이제는 바이러스까지 세상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바이러스라는 말이 생소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바이러스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 그동안 계속해서 메르스니 사스니 하는 바이러스 피해를 당해오면서 익숙해졌지만, 코로나처럼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바이러스는 인간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 식물들까지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최근에 구제역, 조류 독감 들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소, 돼지, 닭, 오리들이 인간을 위하여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산 채로 죽어야 했는가?

그 중에서도 덩치는 크면서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죽어가는 소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구제역과 광우병으로 졸지에 변을 당하던 소들, 차에 실려 흙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어질 때 그 큰 눈망울에서 떨어지는 눈물 방울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소들의 마지막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지친 때문일까, 소를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과 연민일까?

이제 소띠해를 맞으면서 소에 대한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하여 우리 조상들이 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좋은 이미지들을 떠올려 보고자 한다.

소는 사람에게 개 다음으로 일찍부터 가축화되어 경제적 가치가 높아 세계 각지에서 사육되고 있다. 소가 가축화된 것은 기원전 7000년 ~ 6000년경으로,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에서 사육되기 시작하였고, 점차 퍼지게 되었다고 추정된다. 유럽에서는 주로 고기와 젖을 얻기 위하여 사육을 시작했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쟁기를 끌어 밭을 갈거나 짐수레를 끄는 데 이용했으며 배설물로는 짚과 함께 퇴비를 만들어 비료로 쓰거나 집을 짓는 재료 또는 땔감으로 쓰이기도 한다.

인도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종교 의식에서 신과 유사한 예우를 받으며 숭배의 대상이 되고, 고기를 먹지도 않는 등 대접을 받기도 한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한자문화권에서는 십이지의 두 번째 동물로서 '丑(축)'이라 하는데 가축을 뜻하는 '畜(축')이 소를 뜻할 정도로 소가 중요한 가축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국가인 부여에는 우가(牛加)라는 족장 명칭이 있었고 견우와 직녀의 전설에서 견우는 '소를 끄는 사람'을 의미하는 등 생활에서 소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조선시대에는 소가 얼마나 중요했으면 두 마리 이상의 송아지를 낳은 사건이 <조선왕조실록>에 종종 기록된 것을 볼 수가 있다. 또한 소의 도살을 금하기도 했으며 정월 첫 축일(丑日)을 '소의 날'이라 하여 소를 쉬게 하고 밥과 나물로 잘 먹였으며, 연장을 만지는 것도 금할 정도로 소를 귀하게 여겼다. 소를 사람과 같이 인격체로 대하던 우리 조상들의 마음은 황희 정승과 관련된 이야기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옛날에 황희 정승이 벼슬하기 전에 길을 가다가 농부가 두 마리의 소에 멍에를 씌워 밭 가는 것을 보고 묻기를, '두 소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 농부가 대답하지 않고, 밭 갈기를 멈추고 가까이 와서 귀에 대고 작게 말하기를, '이 소가 낫습니다.' 하니 공이 괴이하게 여겨 말하기를, '왜 귀에 대고 말하는가·' 농부가 말하기를 '비록 가축이지만, 그 마음은 사람이나 사실상 마찬가지요. 이 소가 나으면 저 소는 못한 것이니 소에게 이를 듣게 하면 어찌 불평의 마음이 없겠습니까·' 이로부터 황희는 크게 깨닫고 다시는 남의 장단점을 말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영어에서 소를 뜻하는 Cattle은 라틴어 caput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머리, 움직이는 재산'을 뜻하며 오늘날 동산을 뜻하는 chattel, 경제학 용어로서의 capital과 매우 관련이 있는 말인 것처럼 우리 조상들에게도 소는 곧 재산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소띠 해의 시작은 입춘부터라고 하지만 소가 주는 긍정적 의미를 생각하다보니 코로나로 일상을 빼앗겼던 2020년을 빨리 보내고 희망찬 소의 해를 서둘러 맞이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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