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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3.23 15:46:49
  • 최종수정2016.03.23 17:49:5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어린 시절에는 요술쟁이가 요술을 부릴 때 중얼거리는 '수리수리 마수리'라는 말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세상살이가 힘들 때마다 이 말만 외면 정말로 바라는 일이 기적같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이 아직도 가슴 속에 새겨져 남아 있다.

요즘도 텔레비젼 코미디프로나 어린이프로에 도사가 나와 "수리수리 마수리…얍!" 하며 주문을 외는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 말은 원래 불교의 경전인 천수경에 나오는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에서 비롯된 말이다. '천수경'의 첫 시작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하게 하는 참된 말)인데 그 진언이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로써 이 진언을 세 번 외고 '천수경'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 '수리'란 범어로 길상존(吉祥尊)이라는 뜻이며 '마하'는 '크다'는 뜻이므로 '마하수리'는 대길상존(大吉祥尊)이다. '수수리'의 수는 '지극하다'의 뜻이며 '사바하'는 '원만(圓滿), 성취(成就)'의 뜻이다.

따라서 '길상존이시여, 길상존이시여, 지극한 길상존이시여, 원만·성취하소서…'로 해석할 수가 있는데 여기서 '길상존'이라는 말의 '존(尊)'은 부처님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속뜻은 '길상스러운 말을 하라' 즉 타인을 이롭게 하는 말, 아름답고 훌륭하고 멋진 말, 남이 듣기 좋은 말, 남을 칭찬하는 말을 함으로써 구업(口業)을 씻으라는 의미인 것이다.

구업(口業 - 입으로 짓는 업)에는 거짓말, 이간하는 말, 아첨하는 말, 남을 욕하는 말 등이 있는데 인간의 모든 잘못은 입으로부터 비롯되므로 모든 공덕의 시작을 입을 잘 다스리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천수경의 근본 취지는 매우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명에 '수리' 또는 '마수리'라는 이름이 있어 어린 시절이 생각나고 실제로 요술을 부리는 마을처럼 들리기에 바른 의미를 알아 보고 그들 지명의 뿌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괴산군 소수면에 '수리(壽里)'라는 마을이 있는데 강원도 양양군 서면 수리,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수리,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면 수리,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수리, 전라남도 화순군 북면 수리 등 다른 지역에도 그 예를 많이 찾아볼 수가 있다.

또한 충주시 신니면 마수리를 비롯하여 경북 성주군 가천면 마수리, 충남 금산군 금성면 마수리 등이 있는데 이들 수리와 마수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생겨났을까?

괴산군 소수면에 '수리(壽里)'라는 마을의 원이름은 '숫골'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왔다. 그런데 한자로 표기하면서 '수동(水洞), 수리(壽里)'로 바뀐 것이다.

그러면 원래 '숫골'의 '수'은 무슨 의미일까? 고어에 '벼라는 곡식이 열리는 풀'이라는 의미를 지닌 '쉬'라는 말이 있는데 지명에서는 단모음화되어 '수'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수일(水日, 壽日, 禾日 - 밭을 논으로 개간한 곳)' - 충북 옥천근 안남면 화학리

'수골(水谷, 禾洞)' - 충북 충주시 금가면 유송리

'수골(禾洞)' - 충북 옥천군 청산면 법화리

등의 예에서 볼 때 '수'는 음차 표기인 '수(水), 수(壽)'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벼(禾)'의 의미를 간직한 '화(禾, 벼 화)'와 같이 쓰이고 있는 것을 볼 때 '숫골'은 '벼농사를 짓는 땅'을 가리키거나 그 인근에 있는 마을을 가리키는 말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충주시 신니면 마수리는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시 마제동(馬蹄洞), 온수리(溫水里), 내룡동(內龍洞), 학성리(鶴城里)의 일부를 병합하고 마제와 온수의 이름을 따서 마수리(馬水里)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마수리의 '마'는 '마제(馬蹄)'에서 따온 말인데 '마제(馬蹄)'라는 지명은 말(馬)과 연관시키다 보니 '제(蹄 발굽)'로 표기했지만 다른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큰 고개'라는 의미의 '말고개'라는 이름을 한자로 '마재'로 표기하다 보니 '재'는 고유어이므로 그대로 '마(馬)재'로 부르거나 아니면 '재'를 비슷한 음으로 변화시키기도 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따라서 충주 신니면의 '마수리'는 '벼'의 의미를 간직한 '수리'와는 연관이 없이 지역 병합에 따른 합성된 말임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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