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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도둑은 누구나 싫어하지만 인간 세상에 도둑이 없는 사회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역사 기록을 보면 불과 100여년 전인 조선말까지만 해도 2000만 명이 채 안되는 인구에 매년 평균 10여만 명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었다는 기록이 전하며, 먹을 것이 떨어지면 구걸을 하다가 떼를 지어 도둑이 되었으므로 흉년이 든 해는 거지떼와 도둑떼가 전국 각지에 창궐했다고 하니,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아온 우리 조상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눈물겹다.

도둑이 얼마나 흔했으면 지명에도 도둑골, 도둑재라는 이름이 각지에 있어서 도둑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도둑이 그렇게 많다면 오히려 지명으로서는 유연성이 적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언제 어디나 늘 있는 도둑이라면 도둑이 든 곳을 땅의 이름으로 불릴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둑들이 사는 곳'이라면 '도둑골'로 불릴 수가 있겠지만 숨겨야 할 것을 마을 이름으로 한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므로 '도둑'이라는 지명은 원래 다른 의미의 이름인데 음의 유사함으로 '도둑'이라는 의미로 변해갔을 것이라는 추정을 하며 생각을 펼쳐 보고자 한다.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에는 '도둑재'라는 고개가 있는데 이 길은 예전에 여주로 통하는 길로 이용되어 사람들 내왕이 있었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험한 계곡을 지날 때 도둑을 만나는 두려움 때문에「도둑재」라 일컬었다고 하지만 발음 그대로 도둑과 연관지었을 뿐 뚜렷한 지명 유래는 전해지지 않는다.

북한의 평양시 순안구역 천동리의 도둑골은 옛날에 살길이 없어 이곳에 온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가는 봉물짐과 지나가는 양반들의 짐수레를 털어 생계를 이어갔다고 하는 도둑과 관련된 유래가 전해온다고 한다.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에 있던 '도둑골'은 계곡이 깊고 지형이 험하여 도둑이 숨어 살기 쉬웠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하며 마을 주민들은 '도덕골'이라고도 부른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둔전리의 도둑골,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면 영포리(泳浦里)의 도둑골 들이 있고 충북에도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의 도둑골,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의 도둑골, 보은군 삼승면 선곡리의 도둑골,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의 도둑골, 영동군 용산면 청화리의 도둑골, 영동군 용산면 부상리의 도둑골, 충주시 주덕읍 덕련리의 도둑골,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의 도둑골, 충북 보은군 삼승면 선곡리의 도둑골 등 각 지역에 너무나 많이 있다.

도둑골과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지만 음이 비슷한 '도덕골'이라는 지명이 '도둑골' 못지않게 많이 쓰이고 있는데 두 이름이 혼용되고 있는 지역이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도덕골이라는 지명을 찾아보면 울산광역시 북구 창평동 차일마을의 도덕골, 경북 문경시 호계면의 도덕골, 서울특별시 종로구 명륜동1가와 명륜동2가에 걸쳐 있던 도덕골, 대전광역시 유성구 계룡산에 있는 도덕골, 충남 예산군 대흥면 송지리의 도덕골,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청용리의 도덕골,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의 도덕골 등이 있으며 충북에도 음성군 감곡면 문촌리의 도덕골, 보은군 보은읍 강산리의 도덕골, 옥천군 청산면 만월리의 도덕골, 보은군 회인면 갈티리의 도덕골, 증평군 증평읍 남하리의 도덕골 충북 영동군 학산면 도덕리 등이 있다.

도둑골이란 이름의 의미가 자랑스럽지 못하기에 음이 비슷한 도덕골로 바꾸어 '성인 군자들이 사는 마을, 예절을 숭상하는 마을'이라고 미화하고 있는 곳이 많고 대부분의 도둑골이 도덕골로 바꾸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도덕골은 도둑골의 변형임이 틀림없다고 하겠다. 문제는 도둑골이 모두 도둑이 들끓어 생겨난 이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점과 경남 통영시 사량면 도지리에는 도둑골, 도둑바위가 함께 쓰이고 있는데 도둑 바위에서 '도둑'이 바위의 모양을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면 도둑골의 '도둑'도 지형의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라야 할 것이다.

따라서 '도둑'을 발음 그대로 '도둑'으로 볼 것이 아니라 '돋(돋은, 도드라진)'으로 본다면 '돋(도드라진)+골 →돋으골 →돋우골 →도둑골'의 변화 과정을 추정해 볼 수가 있고, 도둑바위는 '돋아있는 바위', 도둑골은 '돋아있는 언덕에 있는 마을'로 해석해 본다면 마을의 모든 지역에 존재하는 공통적인 지형의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 되므로 지명으로서 유연성이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금평리에는 '큰도둑골, 작은도둑골'이 있는데 '큰, 작은'과 같은 수식어가 붙어 쓰임으로써 '도둑골'이 지형의 형태를 가리키는 '돋우골'임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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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