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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진천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일을 잘하려면 우선 연장부터 날카롭게 하라'는 말이 있다. 일을 하는데 중요한 연장도 일을 할지 말지에 대한 판단이 정해진 이후부터 필요하다. 그래서 일을 잘하려면 판단을 잘해야 한다. 즉, 정무적 판단을 잘해야 한다. 원리원칙을 지켜서 일을 하다보면'그 사람 일은 잘하는데 정무적 판단 감각이 없어'라는 말을 듣는다.

'정무적 판단'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에 관한 사무적, 행정적인 것을 인식하여 특정한 논리나 기준 따위에 따라 판정을 내리는 인간의 사유 작용'이라 적고 있다. 즉, 정치에 관한 사무적이고 행정적인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여 특정한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을 내리는 것을 정무적 판단이라는 것인데, 특정한 논리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정무적 판단의 핵심이다.

정치상황에 휘둘리는 판단은 '정치적 판단'이지 '정무적 판단'이 아니다.

그러면 정무적 판단을 정치인이 잘 할까?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잘할까? 이것은 어리석은 질문이다. 중요한 것은 판단의 기준이다. 사노라면 선택의 기로에 숱하게 서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제 나름의 선택을 어렵게 내린다. 그러나 그 어렵게 내린 선택이라도 나중에 가서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며, 옳은 선택이었을 지라도 그 결과가 다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선택을 위한 판단의 기준이다. 판단의 기준은 대의명분(大義名分)이다. 사람들은 선택의 기준인 명분을 지키려 애쓴다. 명분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몹시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객기를 부린다고 욕을 먹기도 한다. 그럼에도 명분은 소중히 보듬고 살아갈 만한 가치 있는 원칙과 신념의 편린이다.

또한, 옳고 바른 판단의 근원은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에 있다. 잘못된 정보에 의해서 만들어진 잘못된 인식에 기초한 판단은 큰 재앙을 가져오고, 주민들의 갈등과 불신을 초래한다. 그래서 주민들이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쉽고도 명확하게 소통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에 의한 주민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르게 이해시킬 것인가? 이런 관점에서 행정을 하는 사람들은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나는 그것이 '정무적 판단'이라 생각한다. 직업공무원들은 대부분 행정의 효율적인 측면과 옳고 그름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나 역시 그렇다. 우리 공무원들은 인간이 가진 오류성에 대해서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 때로는 다소 비효율적이며 올바르지 않다고 여겨지고, 일시적으로 역방향이라 하더라도 우회하는 만절필동(萬折必東)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특히, 공무원들은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행착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이다. 그것이 매뉴얼이든 SOP든 백서든 간에 빠짐없이 기록하여 후배들에게 등불이 되어주어야 한다. 우리 인류가 역사에서 길을 찾듯이 말이다.

정책적으로 해야 할 일은 정책적으로 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무적으로 처리하면 원칙과 형평 등의 큰 문제가 발생하고, 정무적인 일을 정책적으로 처리하면 주민 저항과 갈등이 따르게 된다.

예를 들어, 세수가 충분하여 국가채무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더 국가채무가 증가하더라도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여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보이는 것도 다르다. 노동자의 관점과 사용자의 관점이 다르듯이 말이다. 같은 사안도 담당사무관의 자리에서 보는 것과 장관의 자리에서 보는 것은 시야의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은 닭과 알의 관계다. 상황별 선택의 우선 기준이 닭이기도 알이기도 하다.

정무적 판단 역량의 크기는 정보의 양과 정비례한다. 정무적 판단력은 오랜 경험을 통해서 축적이 가능하지만, 정책결정력은 배움이 있어야 하고, 경험이 있어야 하며,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직관이 있어야 가능하다.

정무적 판단은 정치권의 흐름은 물론 주민의 여론 즉, 시류를 알아야 한다. 주민들의 생각이 어떻게 흘러가는가에 대한 감각과 정확하고도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정보가 없으면 상황 파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치권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가 있어야 한다. 정치권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소통에서의 가장 중요한 점은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에 기반한 정무적 판단의 결과는 저항과 갈등으로 큰 위기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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