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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충청북도의회 교육수석전문위원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가 있어야 보장 된다. 제도적 자제는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한을 극단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것이다. 기관과 기관 간의 권한은 헌법과 법률 등 법이 정하지만 그 경계가 두부 자르듯이 명확하지 아니하고 모호하다. 권한은 항상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그 이유는 권력의 공백이 초래되어서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한의 중첩은 자칫 국정의 마비를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국회가 의결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의 부결이 사법부의 장기 부실 운영을 초래했고, 행정안전부장관의 탄핵소추가 원활한 국정운영의 지장을 준 것이 사실이다. 여야가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는 사이 국민들의 불편만 가중될 뿐이다. 사면권도 마찬가지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이를 극단적으로 행사하면 사법부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임명 동의권은 국회의 권한이지만 이를 극단적으로 행사하면 대통령의 임명권은 유명무실해진다. 대통령과 장관에 대한 탄핵 발의는 국회 권한이지만 이를 남용하면 국정은 마비된다. 불법만 아니면 된다는 주장은 과도한 권한 행사로 인한 국가기관의 충돌을 낳는다.

지방정부도 똑같다. 지방의회 권한인 조례안 의결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장의 재의요구에 의회는 재의결을 강행했고, 단체장은 대법원에 제소하고 조례안 재의결에 대한 집행정지로 맞섰다. 주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극단적으로 행사하면서 지방정부 기관 간 충돌이 발생했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최근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의회가 재의결한 조례 폐지안 및 조례안 3건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했다. 재의결에 대한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의회가 지난달 본회의에서 재의결한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 '학교환경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노동조합 지원 기준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대법에 조례 무효확인 소(訴) 제기와 집행정지 결정을 함께 신청했다. 법률이 부여한 권한의 과도한 행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스티븐 레비츠키와 다니엘 지블렛 교수는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태로운 제도였다"라고 회고하면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두 축으로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두 제도를 제시했다. '상호관용'이란 정치적 상대를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행위이다. 상대방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보지 않고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국가 경영의 건전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것, 이것이 관용이다. 민주주의에서는 언제든지 다수가 소수가 되고 소수가 다수가 될 수 있다. 어제의 야당이 오늘의 여당이 되고 오늘의 여당은 내일의 야당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면 대화와 타협이 없다. 대화와 타협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없다. '제도적 자제'란 대통령, 단체장, 국회, 의회 등 권력기관이 주어진 권리를 행사할 때 할 수 있어도 그렇게 하지 않는 등 스스로 자제를 하는 것을 말한다. 관용과 절제가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역할을 한다.

제도는 법률과 기구로 구성된다. 법률로 아무리 촘촘하게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마련해도,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기구를 만들고 또 만들어도 민주주의는 보장되지 않는다. 비슷한 헌법과 법률, 비슷한 기구를 가진 나라들의 민주주의 수준은 천차만별인 것이 이를 반증한다. 미국과 남미 등 여러 나라의 헌법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민주주의 수준은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나치지 않는 '제도적 자제'는 현재, 대한민국이 배워야 할 핵심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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