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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2.14 16:30:19
  • 최종수정2021.02.14 16:30:19

박영균

진천교육지원청 행정과장

고교시절 나는 교과서에 실린'안톤 시나크'의'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에 매료되고 말았다.'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로 시작하는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슬픔의 편린들이 나에게 큰 울림을 줬다. 가난한 노파의 눈물, 바이올렛과 검정, 회색의 빛깔들, 둔하게 울려오는 종소리, 바이올린의 G현, 가을밭에서 보이는 연기,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휴가의 마지막 날, 사무실에서 때 묻은 서류를 뒤적이는 처녀의 가느다란 손, 보름달밤에 개 짖는 소리, 굶주린 어린아이의 모습, 꽃 피는 나뭇가지에 떨어지는 흰 눈송이, 날아가는 한 마리의 철새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했다. 삶의 허무감에서 피어오르는 우수를 서정적인 언어로 노래한 에세이의 주인공인 양 나는 슬펐다.

가수 신형원은'내가 사랑해 왔던 많은 순간들을 희미해 지는 기억에 이별로 남길 때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노래했다. 소설가 최인호는'우리가 아는, 그리하여 우리에게, 우리들의 삶에 조그마한 기쁨을 주었던 모든 죽은 사람의 기억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가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한때 살았었으므로 그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했다. 미국출신 포크송 가수 멜라니사프카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사랑하는 이에게 작별을 고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했다. 내가 겪은 가장 슬픈 일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순간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었을 때이다. 지인들은 그보다 더 슬픈 것은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먼저 떠나는 일이라고 한다. 시인 서연희가 쓴 시「짝사랑」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아무 일 아닌 것처럼 그를 조금씩 지워간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아무 일 아닌 것처럼 함께한 기억들을 조금씩 지워가는 질병이 치매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질병은 치매라고 생각한다. 치매는 소중했던 내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나를 그렇게 사랑했고 사랑하는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무섭고도 슬픈 질병이다. 치매는 기억을 상실해 사람들의 삶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는 우리나라 치매 유병환자는 70만명 이상이라고 하며, 65세이상은 치매유병율은 10%가 넘는다고 밝혔다. 일본 게이오대학 설립자이자 일본 근대화의 정신적 지주인 후쿠자와유키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왜곡해야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인간관계는 비참한 인간관계라고 역설하였다. 그는 항상 참되고 진실하고 성실할 것을 주창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우리를 슬프게한다. 지난달 5일 한 언론사의 서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29일 9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6%)를 실시한 결과, '2020년 한 해 나를 가장 슬프게 한 것은'이라는 질문에 코로나 불안 (49.3%)이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고, 수입 감소(11.5%)가 2위, 집값 상승 (8.5%)이 3위, 위축된 사회·문화 활동(8.0%) 4위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령대별로 보면 20-30대는 1위가 코로나 불안(45.9%), 2위가 집값 상승 (9.7%), 3위가 수입 감소 (9.3%) 순으로 답했고, 40-60대는 1위가 코로나 불안 (53.3%), 2위가 수입 감소 (14.0%), 3위가 집값 상승 (7.1%) 등을 슬퍼했던 소재로 답했다.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축구장과 야구장에는 함성도, 인적도 사라진지 오래다. 선수들의 멋진 골세리머니도 이제 녹화된 자료 화면만이 공허하게 돌아간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빼앗아 간 건 단순한 경기가 아니다. 경기 때마다 타오르던 열정, 희열로 폭발시키던 포효, 패배에 대한 불안감, 사랑에 비례한 절망과 탄식도 앗아갔다. 이런 상황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슬픔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 뜻하지 않게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하지 못하고 침묵의 이별을 해야했던 가족분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보내야 한다. 우리국민 모두는 코로나19 국난극복의 길에 모두 동참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차질없이 준비해야 한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교실과 운동장에도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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