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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9.23 15:42:04
  • 최종수정2021.09.23 15:42:04

박영균

충청북도자연과학교육원 총무부장

외국인들은 한반도의 사계와 강산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서울 창경궁 함인정에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도연명의 오언절구 한시인 사시(四時)가 걸려있다. 함인정은 왕이 학자와 신하를 접견하는 사방이 개방된 정자다. 함인정 사방에 걸려 있는 사시는 한국 사계의 아름다움을 확증했다. 자고이래로 인간이 보는 아름다움의 눈은 같다.

봄에는 얼음 녹아 흐르는 물이 아름답고, 여름 나절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기이하며, 가을은 휘영청 밝은 달이 장관이고, 겨울에는 독야청청한 소나무가 빼어나다. 여름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가을은 달이 가장 어울린다.

나는 사계 중 가을을 좋아한다. 가을날 동산 위에 뜬 둥근 보름달이 최고의 미로 생각한다. 초등학교 시절 배운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동산 위에 떴지'라는 동요도 좋아한다. 구름 한점 없는 청명한 가을밤 하늘에 밝은 달이 뜨니 어찌 아름답지 아니한가?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 모여서 송편을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욱 밝아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라는 서정주의 시다.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을 빚는 평화로운 풍경이 그려지며 추억이 소환된다.

달은 주기적으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그래서 달은 재생(再生)과 부활을 의미한다. 특히 농경민족인 우리 민족에게는 풍요를 상징한다.'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을 깔고 있는 것이다. '달'은 지구의 위성 곧 태음(太陰), 달빛, 책력상의 한 달, 월경, 임신 기간 등을 나타낸다. 이러한 달 가운데 지구의 위성으로서의 달을 나타내는 말로는'가을달, 그믐달, 반달, 보름달, 새벽달, 온달, 조각달, 지새는달, 초승달' 같은 것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달이 뜨는 때와 관련을 갖는 말들이다.'가을달'은 계절과,'그믐달, 보름달, 초승달'은 날짜와, '새벽달, 지새는달'은 시간과 관련을 갖는다. 특히 '지새는달'은 달이 지고 날이 샐 때의 달로, 먼동이 튼 뒤 서쪽하늘에 보이는 달, 또는 음력 보름 무렵의 달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도향의 「그믐달」이란 수필에는 이러한 달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그믐달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가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 버리는 초승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지만,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怨婦)와 같이 애절한 맛이 있다. 보름의 둥근 달은 모든 영화와 끊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비운의 공주 같은 달이다.'오늘날은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다. 그러나 달은 역시 낭만의 대상이다. 초승달이, 그믐달이, 그리고 보름달이 무한한 정감을 우리에게 불어넣어 준다.

우리 선조들은 유달리 달을 사랑했다. 그래서 우리 산야에는 달과 관련된 지명도 많다. 달에 대한 대표지명으로 신라의 달밤의 주역인 경주에 반월성이 있다. 남도 5대 명산의 하나인 담양 추월산도 있다. 가을이 오면 우뚝 솟은 추월바위 봉우리가 보름달에 닿을 만큼 드높은 산이라고 해 가을달의 산인 추월산이 됐다고 한다. 또한 달이 머물다 간다는 우리 고장 영동의 월류봉과 괴산 제월대, 달이 뜨면 영봉에 걸리는 월악산, 가수 하춘하 노래인 영암아리랑에 나오는 월출산도 있다. 달은 우리 산야 어디에서나 아름답게 볼 수 있다. 세간에 아름다운 달 감상지로 달을 바라보고 즐기는 함양의 농월정, 밀양 영남루의 달과 경주월지의 달, 인천 월미도, 영동 월류봉의 달이 아름답다. 특히, 두개의 암봉 사이로 둥근 달이 떠오르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붙여진 경북 봉화의 달바위봉이 유명하다.

달을 보고 만든 대표적인 예술품이 달항아리다. 보물 제1437호 백자 달 항아리는 눈처럼 흰 바탕색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백자 달항아리는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가 가장 성공적으로 표현된 예술품의 하나라고 한다. 미술사학자 고(故) 최순우 선생은'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라고 했다. 달을 사랑한 시인 이태백이 달과 함께 노는 방식으로 달을 아끼고(愛月), 달을 바라보며(望月), 달밤에 거닐고(步月), 달빛을 따라가고(乘月), 달을 바라보며 술을 즐기고(醉月), 달을 쥐고(擥月), 달빛 아래 배를 타거나(艅月), 달과 함께 즐기고 놀며(玩月), 달과 함께 밤을 지새고(宿月), 달을 받들어 만지듯 즐기는(弄月) 감상법이 있다고 한다. 이중 으뜸이 농월(弄月)이라 한다.

어둠이 세상을 완전히 뒤덮기 바로 직전, 바로 달이 뜨는 순간이다. 우리 한국의 산은 이때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다. 세상의 모든 산 위로 달이 뜨지만, 가을에 뜨는 달이 가장 아름답다. 밝은 가을 달은 우리 가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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