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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1.26 15:07:13
  • 최종수정2023.01.26 16:59:48

박영균

충청북도의회 교육수석전문위원

계묘년 새해다. 토끼의 해, 대한민국에 다산의 축복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토끼는 무서운 동물이다. 우스갯소리로 토끼는 깡과 총이 있어서 무섭다고 하나 사실은 번식력이 무섭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포유류 중 번식력이 매우 강한 동물 중 하나다. 한 번에 십수 마리를 임신해서 출산한다. 임신기간은 약 30일로 매우 짧은데 종에 따라선 중복임신마저 가능하다. 이론상으로 한 쌍의 토끼가 1년 뒤에는 800마리의 대집단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도 한다.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1971년 4.53명에서 2021년 0.81명, 2022년 3분기까지 0.75명으로 무섭게 추락하고 있다. 단연 세계 최저다. 연간 출생아 수는 26만 명이고 사망자 수는 32만 명이다. 국제연합(UN) 인구분과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구는 2021년 5천163만 명에서 30.4%가 줄어 2070년 3천591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토끼의 해인 금년을 원년으로 출산율이 깡총, 깡총 뛰었으면 한다.

인구문제는 대한민국의 존망이 걸린 가장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다. 국가가 출산과 보육을 장려하고 고령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에 머물지 말고, 결혼하고 싶은 사회, 아이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집값이 1% 오를 때 출산율은 0.014명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Z세대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그들의 마음으로 들어가야 한다. 젊은 세대가 결혼하고 싶은 사회, 아이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답은 결혼, 출산, 보육, 교육, 취업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길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소멸하지 않고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존하는 유일한 길이다.

나는 인구정책 방향으로 우리의 가족문화 전통을 살리는 길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가족문화, 특히 대가족 문화가 중시되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과거 여성들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전근대적 악습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가족 구성원으로 형제자매가 모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소가족이 핵가족이 되고, 가족의 해체가 가속화되고, 혼자 사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출산율은 추락했다. MZ세대가 아이를 '비용'으로 생각하게 됐다는 것에 정책의 포커스를 두어야 한다. 왜 결혼 안 하고 아이 안 낳느냐고 물어보면 절대다수의 대답이 '돈'이다. 기성세대는 아이를 어느 정도 '투자'의 개념으로 봤다. 잘 키우면 이 아이가 손흥민이나 BTS같이 대박은 아니더라도 나를 부양하거나, 부양까지 하진 못해도 용돈 정도는 주고 효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MZ세대는 그 정반대다. 아이는 내가 써야 할 돈을 가져가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 그들은 남녀 모두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으로 인한 주거, 출산 등으로 빈곤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 그래서 난임치료, 보육 등을 지원하는 것이 출산율 제고의 핵심이 아니다. 그들이 결혼을 하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집이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때 들어가는 돈 외에도 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돈도 많이 들어간다. 그렇게 돈을 다 쓰면 내 노후는 불안하다. 고령사회에 대한 대비가 든든하게 돼 있어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인구 정책은 국민생애 전체에 대한 정책이 되어야 한다. 저출산이나 고령화라는 단어를 앞세워 근시안적인 정책을 마련할 게 아니라 거시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 지방정부를 망라한 모든 정부조직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아이 안 낳는 이유를 들어보면 남성은 주택과 교육비(보육비 포함), 여성은 자아실현과 교육비라는 응답이 제일 많았다. 남성은 금전적 부담, 여성은 가사와 육아 부담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조선시대 할아버지 육아일기인'양아록'을 보면 할아버지가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기록이 있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다. 할아버지의 육아를 오늘에 맞게 발전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시작이 가족의 의미를 중시하는 가족문화의 회복이다. 토끼의 해, 출산율이 '깡총깡총' 도약하는 모멘텀의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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