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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충청북도자연과학교육원 총무부장

사람은 잘 들어야 한다. 말하기 보다는 듣기가 우선이다. 나는 영어를 못한다. 그 이유가 듣기가 아닌 쓰기부터 배운 까닭이다. I am Tom을 듣기 전에 알파벳 사선 노트에 쓰기부터 배웠다. 그것도 필기체까지 쓰는 것부터 했다.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언어학자들은 말한다. 언어는 일반적으로 소리부터 익혀 귀를 트이게 한 다음 말을 하고, 읽기가 자유로워진 다음에 쓰기가 가능해 지는 것이 보통의 언어 습득과정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모국어는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순으로 익혔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소통의 출발은 듣기다. 듣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진정한 소통은 단순한 의사전달을 넘어서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상호작용의 관계에서 실현 가능하다.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 쪽이 아니고 안쪽에 있다고 한다.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스스로 열고 나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성찰해야 한다.

논어에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상대에 대한 최고의 배려라는 뜻이다. 귀 기울여 듣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다. 이 말의 유래는 노(魯)나라 왕이 바닷새를 궁(宮)안으로 데려와 술과 육해진미를 권하고, 풍악과 무희 등, 융숭한 대접을 했다. 그러나 바닷새는 어리둥절해 슬퍼하며 아무것도 먹지 않아 사흘 만에 죽었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노나라 왕은 자신이 즐기는 술과 음악 그리고 음식이 바닷새에게도 좋을 것이라 착각을 한 것이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은 경청과 배려의 단순한 의사소통뿐이 아니다. 서로 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신뢰를 만들어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배운 게 없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내가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을 얻고, 내가 말을 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을 얻는다.'고 징기스칸은 말했다.

미하엘 엔데의 동화소설에서 모모는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능력을 지닌 소녀였다. 마을 사람들은 모모에게 자신의 얘기를 함으로써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용기를 얻고 기쁨과 신념을 얻었다. 서로 다투는 사람들도 함께 모모에게 오면 화해의 기쁨을 얻었다. 아이들이 모모 앞에서 자신의 상상을 얘기하면 그들 앞에 상상의 세계가 펼쳐졌다.

살아가면서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생기고, 삶의 지혜는 듣는 데서 비롯된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많다. 남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은 그의 잠재의식 속에 자기만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편견이 지배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 사람은 언젠가 그 공동체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것이 '이청득심'의 교훈이다. 국내 대기업 모 경영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잘 듣는 것이라며 경청과 대화로 투명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조직은 흐르지 않는 물처럼 정체되고 썩을 수밖에 없다. 경청과 대화는 모든 관계의 시작이다. 상하좌우 관계가 있고 각자가 일을 나눠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공유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말은 3~4년이면 배우지만, 경청의 자세는 그렇게 아무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을 경험으로 안다. 아무리 말을 잘하는 사람도 경청을 할 줄 알아야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경청(傾聽)은 기울일 경(傾)자와 들을 청(聽)자로 구성되는데 이것은 들을 때 몸을 기울여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상대의 말에 귀를기울이는 모습은 치열하게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는 요즘 시대에 최고의 자세다. 특히, 공무원은 잘 들어야 한다. 정책과 반대편의 말에 귀 기울여야 마음을 얻고 일을 진행할 수 있다. 빛이 밝을 때 그림자도 생각해 봐야 하고 어두울 때도 대처해야 한다. 말이 풍성한 세상이다. 우리는 말보다는 듣고 행(行)해야 한다. 국민은 입이 아니라 귀를 원한다. 듣는 데서부터 지혜의 열매가 싹튼다. 귀를 열어야 공존과 상생의 시대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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