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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충북도교육청 서기관·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 연수파견

부실(不實)은 내용이 실속이 없고 충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건물붕괴의 원인 중 하나가 부실공사다. 부실의 근원은 인간의 탐욕이다. 우리는 원인을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 결과는 참사로 이어졌다. 신년 벽두 광주 아파트가 무너졌다. 준공을 10개월 앞둔 아파트의 외벽이 무너지며 인부 6명이 사망 또는 실종 상태다. 붕괴의 원인은 과거와 판박이다. 저가 불법하도급이 있었으며, 감리가 부실했고, 그에 따른 부실시공이 원인이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는 부실시공 역사의 부끄러운 한줄을 추가했다. 지난 1970년 4월 서울 마포 와우시민아파트가 준공 4개월 만에 붕괴됐다. 이 아파트 공사기간은 평균 공사기간의 절반 수준인 1년에 불과했다. 철근 70개가 있어야 할 기둥엔 5개뿐이었다. 이 사고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995년 6월 서울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당시 매출액 기준 국내 1위 백화점이었고 준공 6년 차였다. 상가로 쓰일 건물을 백화점으로 바꾸면서 벽을 없애 건물 하중을 기둥으로만 버티는 상태였다. 그나마 철근 16개가 있어야 할 기둥엔 8개뿐이었다. 바닥과 기둥을 연결하는 철근도 지지력이 있는 'L'자형이 아니라 'ㅡ'자형을 썼다. 사망자 502명을 포함해 사상자 1천445명이 나왔다.

50년이 지난 2022년 1월 광주에서 신축중인 아파트가 또 무너졌다. 반세기 전부터 우리는 부실공사를 반복한다. 언론에 따르면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의 붕괴 원인이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부실한 콘크리트 타설(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 졸속 양생(콘크리트가 굳어지는 과정), 감리 부실, 안전관리 미흡,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이유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 하나 있다. 시장원리에 가장 충실하다는 계약제도의 문제다. 바로 '최저가 낙찰제'다. 아파트의 시공사는 대기업 현대산업개발이지만, 실제로 현대가 짓지 않는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100명이라면 현대 직원은 현장소장·공무과장 등 10명 내외다. 90%이상이 하도급업체 직원이다. 현대직원은 관리만 한다. 실제 공사를 할 하도급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인 '최저가 낙찰제'가 붕괴의 근본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민간공사 입찰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와 계약한다.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 수주한 업체는 공사를 공종별로 나누어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한 후, 다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들에게 하도급한다. 이 하도급업체는 같은 방법으로 공사를 공정별로 쪼개고 가능한 이윤을 최대한 챙긴 후 다시 재하도급 한다. 이런 재하도급 과정을 심하면 3~4번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최종수급자는 폭탄 말고 남는 게 없다. 안전관리, 주요자재와 공정이 인건비와 이윤추구라는 명목으로 생략된다. 부실로 이어지는 구조다. 건설공사업은 특성상 공사수주가 생명줄이다. 수주를 못하는 업체는 망한다. 계약을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공사비를 낮게 제시할 수밖에 없다. 이러니 공사가 착공되면 어떻게든 이윤을 내기 위한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안전은 뒷전이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10명이 작업해야 할 일을 5~6명이 한다. 필요한 장비도 10대가 아니라 4대만 사용한다. 공사 기간 단축은 필수다. 아예 불법 재하도급을 주기도 한다. 그러잖아도 낮게 수주한 공사비보다 더 싸게 일을 맡긴다. 공사를 감리하는 업체도 마찬가지다. 다른 공사감리 수주를 위해서 안전과 부실시공에 눈을 감는다. 부실 공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공공부분 공사는 정부에서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를 보장하고, 80%이상 직접 시공원칙과 불법하도급, 안전관리 실태 등을 수시 점검해 처벌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으나, 민간부분 공사의 경우는 사각지대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사고 수습과 시공사 등 관계자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근본 원인이 된 '최저가 낙찰제'를 금지하는 등 제도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민간의 사적 영역이고, 자유시장 경쟁체제라고 정부가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 규제 없는 시장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시공에 필요한 돈이 시공하는 현장에 제대로 투입되게 하자. 줄 돈은 제대로 주고 할 일은 제대로 안전하게 하자. 다시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인간의 탐욕을 통제하는 시스템의 미비로 붕괴되는 건축물이 없도록 하자. 끝으로, 부실공사 현장에서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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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