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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1.19 18:20:38
  • 최종수정2020.01.20 13:25:17

박영균

충북교육청 사무관

나는 학력고사 세대다. 당시 학력고사 기출문제에 우정과 관련된 고사성어가 많이 나왔다. 관포지교, 수어지교, 죽마고우, 막역지우, 금란지교, 단금지교, 문경지교, 지음 등이 그것이다. 출제자의 의도는 분명 친구와의 우정을 귀하게 생각하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고교 시절 그 귀중한 뜻을 마음에 새기기보다는 암기에만 급급했다. 그런 와중에도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나에게 울림을 주는 고사성어가 바로 관포지교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실용주의 정치가였던 관중에게는 포숙아라는 한 사람의 친구가 있었다. 관중은 어려운 시절 포숙아와 함께 동업을 했다. 친구 포숙아는 관중이 이익을 편취해도 탐욕스럽다고 하지 않았다. 관중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중 탓에 일이 더 난관에 봉착할 때도 그를 무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일을 하다보면 잘될 때도 있고 꼬일 때도 있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함께 하던 곳에서 ㅤ쫓겨나도 모자라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받아들여질 만큼 좋은 관계가 아직 이루어질 때가 이르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싸움터에서 비겁하게 도망쳐 와도 그를 비겁자라고 탓하지 않았다. 관중에게는 살아서 봉양해야야 할 노모가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모시던 사람과 운명을 같이 하지 않아도 그를 의리없는 인간이라 말하지 않았다. 작은 치욕을 참고 더 큰 일을 해낼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관중을 낳은 것은 그의 부모였으나 그를 진정으로 알아준 사람은 친구인 포숙아였다.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고 믿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그 한 사람이 없을 때 세상은 희망이 없는 지옥이 된다.

고교 시절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나는 포숙아가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우정이 포숙아의 관용과 포용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관중은"창고가 넉넉해야 예의를 알고, 입고 먹는게 풍족해야 영욕을 안다."라는 실용주의 정신이 담긴 명언을 남겼다. 관중의 말을 현대적으로 풀면 광에서 인심나고, 국민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아야 시민의식과 문화가 꽃 피운다라는 뜻일 것이다. 유가를 창시한 공자의 인과 의가 천하에 좋은 말이지만 현실적합성이 떨어지고, 중국을 통일한 한비자의 법가사상이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인정없이 각박한 것을 감안하면 인의와 법을 통합하고 여기에 백성의 먹거리인 경제를 더하여 가장 전형적인 정치적 성과를 이룩한 관중이야말로 중국 최고의 실용주의 정치가라고 평가한다. 관중의 실용주의는 교육을 향하는 의지에서 더욱 빛이 난다. 그는 "곡식을 심으면 일년후에 수확을 하고, 나무를 심으면 십년후에 결실을 맺지만, 사람을 기르면 백년후가 든든하다."고 했다. 관중은 교육이 미래를 연다는 혜안을 가진 선각자다. 관중의 높은 안목과 식견을 미리 알아본 이가 포숙아다.

관중은 친구 포숙아의 끝없는 이해를 기반으로 성공했다. 포숙아가 없었다면 관중은 세상과 역사에 잊혀진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되돌아보니 그동안 나도 젊은 관중처럼 이래저래 꽁생원에 찌질이였다. 능력을 인정받지도 못하고 동료에게 별로 인기도 없었으며 스스로도 위축되어 나도 나를 잘 대해주지 못했던 세월을 보냈다. 스스로 무능하다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일이 잘 풀리지도 않았고 인정도 받지 못하는 시간들은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승진을 하려고 해도 쉽게 시켜주지 않았고, 일을 도모하지만 꼬이기만 해 좌절할 때 나에게는 포숙아 같은 아내가 있었다. 나를 이해했고, 격려했으며 다시 일으켜 세워주곤 했다. 나는 성공한 관중이 되지 못하더라도 관중의 길을 가려 한다. 나에게는 영원히 변치 않는 참된 친구인 아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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