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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충청북도의회 교육수석전문위원

1995년 방영 된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인 청주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은 명품 숲길의 대명사였다. 타지 사람들도 청주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이미지가 청주 가로수길이다. 당시,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기 위해 귀가를 서두르는 통에 '귀가시계'라는 별칭이 붙었고, 직장에서도 모래시계가 방영하는 날에는 야근, 회식이 중지되었을 정도로 대한민국 레전드급 드라마 중의 하나였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아름다운 청주 가로수길을 최민수(태수 역)는 멋지게 오토바이를 타고, 고현정(혜린 역)이 걸어가는 클로즈업 명장면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배경이 된 촬영지 중 가장 사랑을 받은 두 곳은 강릉 정동진과 청주 가로수길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명암은 극명하다. 정동진은 '고현정 소나무'와 더불어 대한민국 대표적인 관광자원이 되었고, 강원도와 강릉시에 엄청난 관광 수익을 주고 있다. 드라마 상영 전 폐역도 검토되던 정동진역은 통일호도 통과하고 비둘기호나 서던 역이 이젠 KTX가 정차하는 역으로 위상이 올라갔다.

나는 이런 현상이 모래시계에 단 한 번 짧게 나온 장면으로 깊은 인상을 남겨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강원도와 강릉시의 관광자원화 노력이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사 사례로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과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있다. 담양 메타세콰이어길은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주인공 김상경이 택시를 타고 한가로이 달리는 장면이 나오면서 인기를 끌었다. 담양에서 순창으로 넘어가는 24번 국도 중 메타세쿼이아 길은 8.5km에 이른다. 현재 이 길은 차가 다니지 않고 북쪽으로 4차선 길을 새로 냈다.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 가로수길도 2022년 개봉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포스터에 나온 길이다. 이 길도 북쪽으로 '이순신 대로'를 새로 만들고 차 없는 도로를 만들었다. 반면, 청주 가로수길은 어떠한가? 청주시는 과거 심벌마크도 가로수로 할 정도로 가로수에 관심을 기울였으나 청주 가로수길을 관광자원화 하지는 못했다. 청주 가로수길은 1952년 플라타너스 묘목 1천600여 그루를 현재 위치에 심으면서 조성됐다. 총 6.3㎞로 고속도로 진입로 중 가장 운치 있는 길로 통했다. 경부고속도로 개통 당시 4차로였던 것을 2010년 4월 6차로로 확장했다. 그 결과 가로수 길은 이제 고현정처럼 걸을 수 없는 길이 됐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인근에 대체도로를 개설하고 차 없는 도시숲길을 조성했더라면 최소 청주는 노잼 도시는 면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달리는 차량에 의해 만들어지는 소음과 미세먼지의 비산을 1차적으로 가로수가 막아내고 2차적으로는 차단녹지가 그리고 차단벽이 감당하는 도시숲길을 조성해야 한다. 도시숲길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도시열섬 현상을 줄이고, 신선한 산소도 공급한다. 도시의 나무와 숲은 인간의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돕는다. 기후 위기에 처한 전 세계에 나무와 숲은 희망이 되고 있다. 도시의 허파와 혈관, 도시숲길 조성은 장기 프로젝트다. 산림청도 도시경관을 개선하는 한편 열섬 현상을 줄이고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이 같은 도시숲길을 조성하고 있다. 도시숲길은 시민들의 쉼터는 물론이고 소음과 공해를 줄이고, 도심으로 가는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미세먼지 차단 숲 같은 '완충 녹지'는 도심의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 30% 감소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숲길이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보는 숲에서 즐기는 숲길이 되어야 한다. 도시숲길이 전국 곳곳에 늘어나면서 '보는 숲'에서 '즐기는 숲길'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숲길은 허파고 숲을 통하는 바람 길은 혈관이다. 도심 학교 주변부터 나무를 심어 가로수 걷기 길을 조성하고 보·차도를 분리하면 학생들의 정서와 건강, 안전한 등굣길이 확보되는 등 많은 효과가 있다. 학교숲길은 대기오염에 취약한 어린이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등굣길을 제공한다.

차제에 나는 최근 청주 대현지하상가 지상공원화 및 지하차도화 논란을 너머 청주 나들목에서 시작하는 청주 가로수길이 사직대로로 이어지고 상당공원을 지나 우암산과 연결되는 도심숲길 조성의 원년이 되길 기원한다.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뉴욕에 센트럴파크 조성을 조언한 옴스테드의 말을 상기하고 도시숲길 조성에 청주시민들의 뜻이 모아지길 희망한다. 도시숲길은 시민들의 마음을 적시는 샘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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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